▲동물들이 사람처럼 말을 하는 디즈니의 만화 영화는 어린들은 물론 어른들까지도 훌륭한 오락물로 즐길 뿐 아니라 교육 영화로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문화 수준이 낮은 아프리카에서 상영되었을 때 원주민들이 크게 반발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원주민들은 동물이 말하는 것을 본 적도 없고 도대체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시골의 노천극장에서 한창 재미있는 장면 도중 그만 전기가 나가 버렸을 때의 소란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소란이었을 것이다. ▲같은 영화에 대한 반응이 이처럼 정반대로 나타나는 것은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이뤄지고 쌓여진 전통적 문화유산이 그만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떤 주어진 문화 속에 태어나 좋든 싫든 그 문화의 영향 아래 성장하기 마련이며 그러기에 가장 혁명적인 사람들도 모르는 사이에 대개 가장 낡은 전통적 인간이 되기도 한다. 현대적인 가치관을 연구하면서『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외치는 사람이 아들을 낳으려다 딸만 수두룩한 경우가 있지 않는가. ▲문화적 습관은 이처럼 끈질긴 것이다. 특히 우리네의 전통적 습관 가운데 반드시 타기해야 할 것은 오늘날「불신의 장막」이니 혹은「불신시대」로 표현되는 불신풍조가 아닌가 싶다. 자기의 피가 통하는 혈족이라야만 믿는 풍조가 그것이다. 아들이 없어 대를 잇지 못하는 경우 똑똑한 남의 집 아들로 데릴사위를 삼기보다는 아무리 바보 같아도 자기의 혈족을 데려다 양자로 삼는 것이 우리네의 고유한 습관이 아닌가. 혈족이 아닌 사람을 양자로 삼거나 미국 사람들처럼 혼혈 전쟁 고아를 양자로 삼는다는 것은 거의 기상천외일 것이다. ▲이 같은 인종 차별(?)은 요즘 흔히 크게 문제시되는 불신풍조에서 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류의 불신풍조는 우리 모두가 하나의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신 한 형제임을 까맣게 모르거나 잊고 있기 때문이다. 내 혈족이 아니면 양자를 삼을 수 없고 내 친족이 아니면 믿을 수 없고 내 친척이 아니면 일을 맡길 수 없는 不信풍조는 하나이신 하느님을 아버지로 섬기지 않고 그리스도를 맏형으로 모시지 않는 데서 활개를 친다. 우리 모두가 한 형제라는 사상이 없는 습관은 디즈니의 만화 영화에 심한 저항을 느끼는 습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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