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간이나 중공에서 감금 당했던 전 매리놀회 총장 윌쉬 주교(81)의 방한은 확실히 매스콤의 촉각을 자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윌쉬 주교가 입국하던 지난 2월 9일 오후 5시10분 김포공항에는 많은 보도진들이 어려운 취재활동으로 큰 혼란을 빚고 있었다. 마중 나온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붙잡고 윌쉬 주교의 인적 사항을 물어 보았으나 사람마다 대답이 달랐고 유인물로 된 보도 자료도 물론 없었다. 그 결과 이튿날의 조간과 석간신문의 기사 내용이 신문마다 다르고 어떤 것은 그야말로「엿장수의 가위」였다. ▲교황청 매스콤위원회가 발표한 홍보 수단에 관한 사목훈령(일치와 발전)(김남수 신부 역) 17조에는『홍보활동은 성실 정직 진실의 기본법을 지켜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윌쉬 주교에 관한 보도는 홍보활동에 대한 교회의 불성실을 대변하는 하나의 실례에 불과하다. 이 같은 홍보활동에 대한 교회의 불성실을 현재와 같은 매스콤 시대의 사람들에게 겸덕의 차원에서 변명하는 것도 우스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지나치게 성실하여「정직」과「진실」을 망각한다면『홍보활동 기본법』운운하기 이전에 더욱 우습고 싱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4일 전국 상서국장 회의는「새마을 운동 참여」를 결의했다고 보도되었다. 일간지를 보면 이 회의가 마치 새마을 운동을 결의하기 위해 소집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새마을 운동은 특히 가난과 낙후에서 신음하는 농어촌의 번영을 위해 국민이면 누구나 종파와 지위 고하를 가릴 것 없이 이미 참여하고 있는 범국민 운동이다. 더구나 교회는 수 년 전부터 농어촌의 자립 자조 협동정신을 높이기 위해 협동교육연구원을 벌이고 가톨릭 농촌청년회와 농민회를 조직하는 농어촌 사목에 관심을 가져 왔다. 다만 농어촌의 가톨릭 신자가 전체 국민의 1% 정도에 불과하여 당장 두드러진 성과가 적었을 뿐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상서국장 회의의 결의는 마치 함께 실컷 울던 사람이『도대체 누가 죽었소?』하고 묻는 식의 우습고 싱거운 결의다. 지금까지 천주교 신자는 국가 행정이 미치지 않은 국외자의 입장에 서서『남의 일에는 5·6월에도 손이 시리다』면서 팔짱 끼고 방관했단 말인가? 어떻게 보면 그「결의」는 마치 이방인 자처 결의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처럼 높고 두터운 불신의 장벽이 쌓여진 것은 홍보활동의 기본법을 무시한 데서 빚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교회의 홍보 관계자는 매스콤의 생리를 기초부터 공부할 필요가 있고 동시에 한결같은 비밀회의가 하루 빨리 지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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