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713호는 24일 가톨릭중앙협의회에서 있었던 전국 상서국장 회의가「새마을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결의했다고 보도하였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전국 일간지도 같은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였고 C일보는「천주교회의 새마을운동 참여의 의의」라는 제목으로 천주교회의 결의와 공헌을 찬성하고 격려한다고 사설에서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회의에 참여한 상서국장들은「새마을운동」 참여문제를 토의한 바 없다는 사람과 있다는 사람으로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그런데 이 회의의 회의록에는『정부의 「새마을운동」의 근본 취지에 적극 호응하여 전국 농어촌교회는 농어민의 정신 계몽에 앞장선다』고 명백히 기록되어 있다. 이것을 자료로 전국 일간지는 교회가「새마을운동」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한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을 확대, 각 신문사에 보도를 의뢰한 것은 가톨릭중앙협의회가 아니라는 것도 명백하다. 교회가「새마을운동」을 반대할 이유도 색안시할 이유도 전혀 없다. 오히려 사회 참여를 부르짖는 교회는「새마을 운동」을 올바르게 전개하도록 인도하는 것을 사명으로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새마을 운동」에 교회를 공식적으로 결속시키려는 것은 교회의 본래의 사명을 모르는 사람들의 소치이다.
이번 상서국장 회의의 결의를 확대 보도한 것은 이 회의의 성격을 모르고한 처사이다. 상서국장 회의는 교회 내의 사목문서 처리를 위한 서식 통일안 작성을 목적으로 출발하여 전국 주교회의를 준비하는 역할까지 주교단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따라서 이 회의의 결의는 전국 주교회의에서 채택·토의·결의되어야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새마을운동」참여문제는 교회 전체의 정책적인 문제로서 주교회의의 결의없이 교회의 운동이 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새마을운동」참여를 교회의 공식적 태도로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차제에「새마을운동」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밝힐 필요는 있다고 본다. 자주 자립 협동은 그리스도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다.「새마을운동」이 있기 전에 교회는 이 정신을 보급하기 위하여 신용조합을 장려하였고 협동연구원을 중심으로 지도자들을 양성하였으며 가톨릭 농촌청년들은 농어민의 생활 개선과 인간개조에 전력하여왔다. 물론 그 결과를 수량으로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교회는 농어민들을 위한 운동을 여러 모로 전개하여 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교회가「새마을운동」의 선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는「새마을운동」은 정부 시책으로 채택됨으로써 본래의 뜻이 상실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그것은 자주 자립 협동이 국민 스스로 일으킨 운동이 아니고 타의와 타력에 의한 운동이 될 수 있는 위험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5천 년의 긴 역사를 통해 형성된 우리의 습성이 하루 아침에 고쳐질 수 없다. 그래서 약간의 강제성을 띠고 이 운동을 강요하는 것도 납득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새마을운동」은 단순히 잘 사는 마을을 만드는 운동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거기에는 반드시 정신적인 계몽이 수반되어야 한다. 정신적 향상과 물질적 향상이 병행해야 하는 것이「새마을운동」이라고 본다. 그러면 교회는 새마을을 만드는 데 어떻게 공헌할 수 있는가.
첫째는 물론 물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데까지 도와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물질적으로 새마을을 건설하였다고 만족하는 것은 그리스도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따라서 둘째로 교회는 정신적으로「새마을」건설에 공헌해야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올바른 지도자를 양성함으로써 할 수 있다. 올바른 지도자 없는「새마을 운동」은 반드시 실패하고 만다. 그 지도자의 자질은 바로 그리스도 정신이다. 자기 개인적인 이해관계보다 공동체의 유익을 더 중대시하는 정신,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정신, 봉사하는 정신, 희생하는 정신, 사랑하는 정신 이런 것들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도자는 이 정신을 실천하고 보급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협동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도자를 배출하기 위해 교회 전체가 심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나 특히 가톨릭농민회와 농촌본당 본당 신부들의 활동에 우리는 큰 기대를 걸어본다.
셋째로 교회가「새마을운동」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은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인간 개조를 모색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욕심만을 찾고 물질을 하느님처럼 섬기는 인간들에게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을 만유 위에 공경하는 정신을 주입시켜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가치 질서를 올바로 세운다면 그 사회는 저절로 잘 사는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새마을운동」을 위해 시멘트 몇 포대 희사하였다고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이것은 오히려 하느님께 돌려야 할 영광을 자신에게 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새마을운동」을 추진하기보다 파괴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신자들은 우리 신앙에 충실함으로써만 이 사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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