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형!
또한 해가 바뀌어 신록이 무르익은 5월을 맞았소. 해마다 12월 11일이면, 앙상한 나뭇가지가 어설픈 춤을 추는 겨울이 되면, 무척이나 그리운 사람이 있소. 누구나 기억에도 생생한 4년 전 겨울 강릉에서 서울로 향하던「칼」기가 간첩의 흉계에 의해 대관령에서 북으로 기수를 돌린 채 오지 못한 승객 중의 한 사람인 황원 형
방송국에서 프로듀서와 탈렌트라는 사무적인 관계로 알게 된 사이지만 우린 도를 더해 따뜻한 인정의 징검다리를 건느며 정을 두렵게 하기를 2년 가까이.
당시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영동방송국(현 강릉 MBC)에 성우 지망생으로 들어가 연속극인「대현 이율곡」인기 프로였던 입체 낭독「사랑방 이야기」등 프로 제작에 프로듀서였던 황형과 올챙이 성우였던 나와의 관계는 운영상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그보다도 더 가톨릭 형제 교우(황 요셉 정 아우구스띠노)로서 또 인생관을 같이하는 정에서 우린 더욱 격 없이 가까와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휴일이면 같이 어울려 길게 뻗은 해변을 거닐며 곧잘 인생 철학을 논하기도 한 황형이 북녁 땅에 감금되어 오늘까지 과연 무사하게 지내는지 의문이오. 서울 문리대 출신답게 놈들이 마련한 신정파티에서「가고파」를 불러 저항의식을 분명히 한 그 태도를 일부 귀환 승객을 통해 들었을 때 자유대한 국민은 아낌 없는 찬사를 보내었다오.
아무 죄도 없는 방송인의 한 사람인 황 형을 처자식 부모 형제 친지로부터 강제로 떨어지게 한 놈들의 음흉한 심보는 도대체 무엇일까?
제발 기우가 되었으면 하면서도 놈들은 혹시 굽힐 줄 모르는 황 형의 고고한 지조에 잔인하게도 생명을 앗아간 건 아닌지…
생사라도 확인코자 이산가족 찾기를 골자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 적십자사 회담에 일말의 기대를 걸면서도 요즈음 놈들의 목적은 딴 데 있는 듯 엉뚱한 수작을 부리는 것을 보면 일루의 희망에 구름만 오락가락 하는군요.
황 형! 신의 존재를 부인하면서도 오직 김일성만은 신격화하여 全지전능하게 생각하는 놈들에게 육체는 강점 당해도 신앙심만은 버리지 마오. 천주는 언제나 황형의 편에서 수호 천사를 시켜 보살펴 줄 것이라는 신념을 소유하십시오. 평소 우리가 자주 만나 신앙을 두텁게 했던 주문진 천주교회 소속 스페인인 신부전 신부(현재「로마」유학 중), 하 신부(대전 수도원장)도 황요셉인 당신의 건안을 천주님께 열심히 기도드리고 있다고 하며 나 역시 무사히 하루 속히 귀환될 것을 기도드리고 있다오.
놈들이 갖가지 악랄한 수법으로 황 형의 심신을 괴롭히고 세뇌하였다는 건 不問可知, 하나 자유민의 긍지를 갖고 기적을 기다리시오. 반드시 구출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시오. 김일성도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면, 비인도적이며 날강도 행위인「칼」기 납북일인 1969년 12월 11일을 온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며 분노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며 따라서 황 형을 위시한 선량한 잔류 탑승객을 돌려보내 주어야 할 것이오.
황형!
부엉새의 울음소리가 감회를 더해 주는 싶은 겨울 밤 우리들은 황 형을 잊어 버리지 않고 묵상하며 천주님께 기도드립니다. 황 형의 신변을 안전하게 하고 하루 빨리 자유 대한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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