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문을 보니 사상 처음 TV 결혼이란 제목을 붙여서 보사부 직원과 여성회관 직원의「가정의례 준칙에 따른 간소한 시범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이 나와 있다. 기사에 의할 것 같으면『신랑 신부는 평상복대로 식장에 나오며 결혼 예물로 신랑이 신부에게 예금통장만을 줄 예정』이라고 덧붙여 놓았다.
가정의례준칙 자체로 말하자면 대통령의 처사는 지당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간소화는 한국사회로 보아 시급한 무제였고 남의 이목을 위한 잔치 부조와 답례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 되었다. 잘 모른긴 하지만 자랑과 전시를 위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면 이 국민이 박 대통령의 결정에 찬성했으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간소화는 어디까지나 간소화에 그쳐야지 의식을 말살하여 그 거룩한 뜻을 없애는 결과가 나타나면 되겠는가?
사람에게 있어서 결혼이나 장례는 누가 생각해도 고금을 따질 예지도 없이 한 가정의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평상복대로 결혼식을 올린다고 자랑하는 것이 정책상의 효과를 노리는 뜻으로 좋을지 모르나 결혼하는 젊은이들로서는 일생에 한 번만 있는 중대한 백년가약을 맺는 자리가 너무 초라해지면 어떻게 될까? 엄숙하게 느껴야 할 이 순간들까지 무의미해지고 말 것이 아닌가? 이 정도로 간소화시킬 바에야 결혼식 자체가 필요없는「허식」이라고 결정하면 더욱 비용이 적을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결혼이 그렇게 싼 것이 되면 헤어지는 것도 그만큼 싸고 흔한 일이 될지 알 수 없다.
가정의례라면 어떤 정책에 좌우될 수 있는 문제로 보지 않는다. 왜 그런가 하면 사회와 국가를 논한다면 가정은 먼저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산국가에서는 다르겠지만 자유와 인권을 인정한다는 우리 사회에서는 국가는 가정을 보호하고 도와 주기 위하여 노력하며 이를 목표로 법률을 제정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 결혼 예물은 다만「예금통장」으로 주어진다니 이상한 생각이 든다.
남자가 한 여성에게 갖다 주는 것은 기껏해서 밥 먹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 이외 아무 것도 없으면 지나친 실리주의가 되지 않을까.
예물을 교환함으로써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자신을 바친다는 사실을 표시하는데 예금통장을 준다면 너무나 경제위주적이라고 생각된다. 백년가약도 계약이며 서약이지만 계약금 걸면서까지 해야 된다면 섭섭한 일이다. 차라리 큰 가치가 없어도 기념될 만한 예물. 평생토록 사랑하는 사람의 정성과 애정의 표현이 될 수 있는 것이 적당치 않을까?
간소하면서도 엄숙하고 정말로 두 사람의 일생을 통하여 둘도 없는 추억이 될 만한 훌륭한 예식이 아쉬울 뿐이다.
간소화는 분에 넘치는 일 없이 의식의 깊은 뜻을 살리는 간소화가 되었으면 한다. 자녀들의 결혼 비용이 많더라도 아버지들이「주점에 바치는돈」의 九牛一毛에 지나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자녀들의 결혼식을 위하여 쓰는 비용을 줄이는 간소화는 좋지만 이런 중요한 일을 위하여 다른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 더욱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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