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만 원권 도안문제로 일어났던 말썽이 엉뚱한 파문으로 번져가고 있다. 당국이 만 원권 발행 방침을 확정하고 불상과 불국사를 넣은 도안을 발표했을 때 기독교 일부 종파는 국교가 없는 나라의 화폐에 특정 종파의 상징을 넣었다고 반대했고 불교 측도 교조를 모독했다고 반대했다. 그래서 당국은 도안을 바꾸어 세종대왕과 경북궁을 넣기로 한 모양인데 불교 측은 다시 성명을 발표 불상 도안으로 국민과 종교계를 우롱한 한은 총재의 사퇴를 촉구했다고 보도되었다. ▲ 화폐의 도안문제로 이처럼 끈덕지게 말썽이 꼬리를 무는 것은 무척 민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당국이 도안을 내놓기 전에 민과의 대화를 통해 중지를 모았던들 오날날과 같은 사태는 미리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 원권 발행 방침을 확정하면서 적어도 민선 정치인들의 의견은 반드시 들어 보는 여유를 가졌어야 했다. 민선 정치인들은 관료들보다는 민에 대한 반응이 민감하고 관료들이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민의 뜻을 제시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 민주 사회에서 많은 예산과 부작용을 무릅쓰고 민선 정치인을 두는 것은 그를 통해 관과 민의 원활한 대화, 이를테면 하의상달을 위한 것이 아닌가. 정책 입안자인 관이 민을 아예 무시(?)하고 민의 소리를 들을 겨를도 없이「방침을 확정」,「도안」까지 만들어 외국에다 돈을 들여 주문한 후 발효하는 형식을 취했으니 일이 낭패가 된 것 같다. 특히 민주 국가에서 민에 봉사하는 관은 먼저 민의 뜻에 민감해야 하며 민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민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하찮은 일로 국민 총화를 해치는 사태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보다 차원은 다르지만 지난 12일 교황 바오로 6세는 성직자 평신도가 한 자리에 모여 그들의 주교 임명에 관해 논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하느님의 백성 전체가「일치의 볼 수 있는 원천이며 기초」인 그들의 최고 목자를 뽑는 데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목자가 백성의 소리에 민감해지고 풍성한 대화가 약속되는 이 조치로「초대교회」로 돌아가는 교회의 민주화는 더욱 촉진될 것이며 목자의 권위도 높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는 더 민주화되고 민주화를 통해 목자의 진정한 권위가 확립됨으로써 백성에 봉사하는 교회 사목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