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된장찌게 냄새나는 그릇을 부실 땐 역시 뚝배기 소리같은 현철의 노래나 「가슴을 파고드는」 주현미의 노래가 어울린다….
이브몽탕의 샹송이나 도리스테이의 팝송보단….
밀도 끝도 없는 집안일、그중에서도 부엌일은 그야말로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본 순간」「울고 싶어라」를 복창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꼭두새벽부터 오밤중까지 하루의 3분의1을 「부엌데기」로 사노라면 우주인의 캡슐식사가 부러워지곤 한다. 나처럼 호시탐탐 주방탈출기회만 노리는 아마추어 주방장은 특히. 주방장을 천직(天職)으로 알고 엉뚱한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텐데도、파출부가 할 일을 임시로 하듯、「남의 일」하듯 대충 하려드는 나처럼 엉거주춤한 주부는 특히 그렇다. 내 딴엔 어서 주방을 벗어나 「내 일」을 하자는 건데、그 「내 일」이란、순식간에 수북히 쌓이는 신문잡지를 훑어보며 바싹 공감이 가는 글들을 오려놓는다거나、석 달 전에 분도출판사에서 의뢰한 기록영화 「철의 장막」번역착수를 한다거나、하루를 몽땅 들어내어 청탁원고를 쓴다거나、벼르던 영화를 보러간다거나、늘 그리운 덕수궁을 거닐며 내 「지나온 자국」을 더듬어 본다거나、프란치스코회관 경당에 죽치고 앉아 「졸며 생각하며」내 삶의 좌표를 찾아본다거나 하는 등이다.
그러니 이런 알량한 주방장한테서 얻어먹고 사는 식구들이 오죽하랴싶어 내가 생각해도 「처량한 달밤들」이다.
텔레비젼 프로 중에서도 제일 흥미 없는 게 요리시간이고 구미가 바싹 당기는 게 「명작의 무대」나 「가요무대」임을 어쩌랴.
이런 내 「문학소녀적」이고 「신파적」인 성향을 군말 없이 알아주는 남편이 며칠 전、나 들으라고 양희은이 부른 「흘러간 노래들」을 사와、밤 12시가 넘도록 설거지하며 듣고 있노라니 「산장의 여인」이며 「고향초」며 「물새우는 강언덕」이며 「꿈은 사라지고」며 「나는 가야지」 등에 묻어나오는 추억들에 아련해지며 이런 「맘 좋은 주인아저씨」네 주방장은 그런대로 할 만 하다는 생각도 듣고、불현듯 더 멀리 흘러간 노래들이 그리워져 마냥 「나그네설움」을 흥얼거렸다. 역시 「엽전은 뽕짝」임을 절절이 공감하면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