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출국당한지 14년 만에 귀국한 시노트 신부의 회갑연이 열렸던 6월18일 인천앞바다 영종도의 성당마당에는 75년 인혁당사건으로 처형된 사형수의 아내 7명과 그 가족 20여명이 찾아왔다.
당시 처형된 8명중 기혼자 7명의 아내들은 지나간 14년 동안 홀로 살았던 고달픔보다 간첩의 아내라는 오명이 더욱 가슴 아팠던 듯 시노트 신부에게『신부님께서 근래 잡지기자와 인터뷰하셔서 저희들의 누명이 많이 벗겨지고 있습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기사가 난 잡지를 펴들고 시노트 신부 앞에 연신 고개 숙였다.
도예종ㆍ여정남 등이 간첩이라고 발표된데 이어 75년 대법원이 사형선고를 내린 그 이튿날 새벽 8명이 처형된 인혁당 사건 이후 시노트 신부는 이 사건이 조작이라고 항의하다 강제출국 당했다.
출국 전 시노트 신부는 영종도에서 사목하는 10년 동안 당시 굶어죽는 이가 많던 이 낙후된 섬의 주민들을 위해 각종 구호활동 등을 펼치면서 병원을 세우고 바다매립ㆍ저수지신설ㆍ입양활동 등을 펼쳐 영종도와 그 인근 섬 주민치고 그의 도움을 받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라「영종도의 대부」란 별칭도 가지고 있다.
이날 섬 주민들은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잔치상 앞에서 서로먼저 절하겠노라고 북새통을 떨고 시노트 신부도 14년 만에 만나 사람들을 얼싸안으며 재회를 기뻐했다.
그런데 본당 평협회장의 축사에 이은 답사에서 시노트 신부는『기쁨보다 슬픔이 앞을 가로 막는다. 나는 환갑상까지 받고 있으나 억울하게 희생된 8명 형제의 환갑상은 누가 차려 줄 수 있단 말인가. 나의 이 환갑상과 기쁨을 모두 그 8명 형제에게 바친다』고 말하며 지나간 14년 동안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는 형제들이라고 덧붙였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계속된「영종도 최대의 경사」가 된 회갑연중 주민들이 춤추자면 같이 춤추고 노래하라면 마이크 잡고 술 마시라면 잔을 기울리던 시노트 신부는 처형된 이들을 생각하며 간간이 눈물짓더니만、해질 무렵 처형된 이들의 아내들이 떠날 때는 참았던 울음을 와락 터뜨리고 말았다.
이 노사제의 눈물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사형제도가、더욱이 정치적인 이유로 사형시키는 제도는 철폐돼야 한다는 것을 하느님께 간구하는 뜨거운 피눈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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