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금년에도 많은 새 사제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국교회의 영광이요, 우리 신자들에게도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오늘처럼 속화가 급진전 되고 있는 이 사회 안에 하느님의 복음을 앞장서 전해야 하는 사제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용기와 헌신이 요청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사제들을 위해서 기도하며 그들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드리고 있다.
다시 한 번 새 사제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리며 몇 가지 당부드리고자 한다.
먼저 사제는 사제로서의 참다운 위상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오늘에 있어 사제란 바로 예수그리스도가 되는 것이다. 교회 공동체 안에 그분을 드러내 보이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예수님처럼 되는 것, 그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사랑하는 것이며 그분의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예수님은 자기의 개인적 생각보다는 아버지의 뜻을 따랐다. 곧『내 음식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오늘의 사제는 온힘을 다하여 예수님처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돼야할 것이다. 이것은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생각들을 버리도록 요구한다.
사제는 자신의 사목계획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그 대신 사제는 참다운 형제애로 살며 매일 새로운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사제는 하느님의 가난을 입고 살아야한다. 신학을 배웠다고 해서 남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모든 사람한테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어린아이한테서도 배우고 순진한 여교우나 심지어 무신론자들한테서도 배우고자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또한 사제는 스스로를 스승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형제라고 생각해야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스승은 오직 한 분뿐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제들에게 항상 성령의 가르침을 들으며 살도록 요구할 것이다. 하느님은「사람」들을 통해서 사제들에게 말씀하신다. 본당사목위원회를 통해서, 어린이의 말을 통해서 그리고 비판의 목소리를 통해서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사제는 항상 마음을 비우고 살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속에 하느님을 위해서 아무 자리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제는 모든 사람과 일치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정쟁이나 당파에 휩쓸리지 않고 초연한 입장을 고수하며 특별히 고통 받는 사람과 어둠속에 방황하는 사람, 그리고 자기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일치하고자 애써야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들과 함께 생각하고 느끼며 끝없이 사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말로서만 아니라, 삶의 모범을 통해 그런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사제는 공동체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사제는 항상 자신의 직무에 충실해야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언제나 「사랑」이 필요함을 재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곧 사제는 삼위일체의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그 사랑을 늘 간직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사제의 사목활동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공동체적 사랑의 일치 안에서만 하느님의 생명을 얻을 수 있고 또 그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사제는 하느님과 일치하고 다음으로 주교와 사제단 안에서의 일치를 이루며 살아야한다. 사제들안에 형제적 사랑을 볼 수 있을 때 그들의 증언은 한층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사제는 결국 인간적인 속성 안에 하느님의 모습을 담아 이 세상에 나타내 보이는 사람이다. 이는 성모마리아와 같은 모습이다. 사제는 성모님처럼 예수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모셔오는 사람이며 동시에 그분을 나타내 보이게 하고 그분의 사랑을 갖고 사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새 사제들이 진정 이러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날 때 이 땅과 교회의 모습도 새롭게 변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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