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MBCㆍTV에선 주말의 명화『나는 거부한다』가 방영되었다. 미모의 아내와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돈많은 회사사장의 8세난 외아들이 실종된다 유괴범이 거액의 돈을 요구했음은 물론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사장은 TV화면을 통해 범인이 요구한 돈을 보여주면서 최후통첩을 한다. 아들을 죽이거나 돌려주지 않으면 이 돈으로 너(犯人)를 잡는데 투입, 꼭 잡겠다고. 범인은 사장의 이 처절한 용단에 굴복, 아들을 돌려준다. ▲최근 수단에서 발생한 검은 9월단의 외교관 인질극은 이렇게「해피ㆍ앤드」로 끝나진 않았다. 외신에 의하면 검은9월단은 범행 66시간만인 4일 상오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채 수단정부에 투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각국에서 수감중인 동료 테러분자들을 석방하라는 그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인질중 3명을 살해하는 만행을 서슴치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2명의 외교관을 잃은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국제 테러주의의 위협에 대한 강경한 태도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해 주었다』고 선언했다. 테러행위에 불안을 느끼는 다른 모든 나라도 닉슨의 강경에 동조하는 듯하다. 따라서 이같은 인질극은 앞으로 국제여론만 악화시킬뿐 무위로 끝날것 같다. 그러나「팔레스타인 실지회복」이라는 정치적 목표에서 점차 이탈하고 있는 검은9월단의 야만성으로 보아 증오와 보복의 연쇄반응은 더욱 거세질 징조다. ▲「검은9월단」하면 얼핏 연상되는게 있다. 1925년 이태리에서 신문의 자유를 박탈하기 위해 신문팟쇼화법을 공포했을 당시에 암약하던「검은샤쓰단」이 그것이다. 검은 샤스단은 눈에 거슬리는 신문들은 압수하여 소각처분하고 신문인을 박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만행을 바로 우리의 주변에서 분명히 감지할수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 아니할수 없다. ▲지난 2월18일자 가톨릭시보에는 모자보건법의 독소조항을 고발한 주교단의 교서가 게재되고 태광산업 부당노동행위 사례연구회가 무기 연기된 사실이 보도됐다. 그런데 이 신문을 받지못한 독자가 너무나 많다. 이 사실은 우편물에 검은 손길이 미쳤음을 분명히 증언한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우리는 뭐든지 지지하고 뭐든지 축하하는 버릇을 들여가고 있다. 그렇다고 유신헌법에도 엄연히 보장된 권한이 짓밟히는 사례까지 지지하고 축하할 수는 없지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