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에 보면 초대교회의 생활을 묘사한 여러 장면이 나타나 있다. 당시 기독교 사회의 특징이며 전형적인 기독교 정신을 대표하는 점을 지적하라면『그들은 모든 것을 공동 소유로 내어 놓고 재산과 물건을 팔아서 각자의 필요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었다』는 사실을 들겠다. 기독교 사회는 아무도 특별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사회이며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내어 놓고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용하는 사회였다.
기독교인은 분배의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그들이 서로 나누어 가지는 것은 무엇인가? 소유물은 물론이지만 자신까지 남에게 바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천주님의 사랑에 립각해서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천주님의 사랑은「바라는 사랑」이 아니고「주기만 하는 사랑」이다. 죄를 용서하는 사랑이기도 하다.「일곱 번씩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하는 사랑…」.
천국은 사랑의 생활이면서 용서를 바탕으로 하는 애덕의 생활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말로는『내가 모든 사람에게 罪를 지었을지라도 모든 사람이 나에게 용서해 주는 것은 바로 천당이다』라고 했다. 기독교적 생활이 그렇다면 기독교인들의 사회를 살펴볼 때는 어떨까? 실천은 그리스도가 보여 주신 모범과 거리가 먼 것 같다. 교인들에게 별다른 점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들은 이기주의자들이고 서로 용서할 줄도 모르고 서로 참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제 소유를 내어주는 데에 있어서 그들은 인색하고 남의 권리보다 자신의 권한을 악착스럽게 주장하는 그들이다. 사랑과 희사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이기는 커녕 기독교 사회도 자아중심적 사회이다.
그래도 복음의 말씀이 남아 있어『천지가 변할지라도』그리스도의 교훈이 변할 리가 없다고 한다.『네 겉옷을 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거든 속옷까지 주라』고 하셨다. 교인들에게는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다. 교인들 타인처럼 제 소유와 제 권한을 보호해야 되지 않는가? 교인도 가정을 거느리고 있으며 사업을 하고 있다. 복음에 실려 있는 그리스도의 요구와 사상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실천이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천국의 건설사업을 맡은 사람들이 그「공상」을 바로잡아야 되지 않을까? 그러나 타협이 시작되면 끝이 없을 뿐더러 복음의 말씀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기도 하다.
예수님의 말씀에는『악을 선으로 갚으라』는 역설이 있는가 하면 부처님의 설법 중에는『증오를 증오로 이기는 법이 없고 다만 자비만이 증오를 이기는 것이다』라고 했다.
종교인은 이러한 사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핑계를 내세우고 있으니 천국은 언제 건설되고 불교가 약속하는 정토도 언제 이루어질까?
한쪽에 공상으로만 여겨지는 사상, 맞은편에 사랑보다 투쟁이 으뜸되는 세상이 대치되어 있는 동안 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 같다.
오늘의 사람은「제도」의 개선을 원할지도 모르나 세상살이와 인간의 존재를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교회의 사상과 생활이 더욱 현대인의 고대갈망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세대가 교회에서 멀어져 가고 있지만 너무 세속화되어 복음의 사상과 너무나 멀어져 가는 교회 때문일지도 모른다. 옛적에는 교회가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세상을 보여 줬기 때문에 사람들이 따라왔는데 오늘에는 교회와 종교는 사람들이 따르고 싶을 정도의 훌륭한 이상을 제시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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