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라도 벽지학교에서 남교사가 여교사를 살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 특히 젊은 여교사들의 부모들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남의 자녀들의 교육을 하고 있는 선생들도 그렇다니 누구를 믿겠는가? 가해자는 모범 교사ㆍ열등의식 때문에 심리의 변화를 일으켜 이런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의심할 것 없겠지만 이런 사건을 계기로 우리 시대 사람들은 백 번 반성할 줄을 알아야 될 것 같다.
이번 참사의 가해자는 가해자 되기 전에 피해자가 되었던 것이며 피해자가 되었기 때문에 죄를 저지르게 되었다고 해도 별로 틀리지 않을 성싶다. 어머니가 없는 가정에서 자라난 그는 아버지의 잘못으로 인하여 남들과 같은 사람이 될 수가 없었다. 모범 교사로 인정받게 되자 하필이면 왜 그런 참사의 원인이 될 만한 환경 속에서 한 여교사를 만났을까? 사람이 리성을 잃고 심상치 않는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도 학교 당국이나 교육청 당국에서 무엇 때문에 아무 조치를 하지 않고 방임하고 있었을까? 신문이나 사회인들은 얼마든지 논하고 이 사람 저 사람을 탓하겠지만 무슨 소용이 있으며 무슨 좋은 결과가 나올까 의심스럽기만 하다. 죽은 여교사도 물론이지만 사랑하던 사람을 죽여 놓고 폐인이 된 남교사도 불쌍하기 짝이 없는 인간으로만 보인다.
우리는 무정하게 판단하고 있지만 이런 사람을 판단하기보다 차라리 내일을 생각하면서 장래에 그와 같은 무시무시한 일들을 방지할 생각을 한다면 얼마나 유익할까?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들, 내일의 젊은이들을 양성하고 있는 교육자들이나 부모들이 항상 이를 염두에 둔다면 범죄의 율이 줄어들 것이 틀림없다.
이번 불상사를 일으켜서 모든 사회인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는 그 청년도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아 남에게 표시할 수 없으리 만큼 쓰라린 나날을 보냈던 인간이요 그 마음 속에 우리들로서는 짐작하려도 못할 반항심이 일어났던 것이 사실일 것이다. 박봉을 쪼개가면서까지 자취를 감춘 아버지, 아들을 내던진 아버지의 빚을 갚아야 하고 가정 환경의 탓으로 사랑할 권리도 없었던 마음이야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오늘날의 가정들을 보면 천만다행으로 훌륭한 부모 밑에 사랑을 받고 자라는 젊은이들이 많으나 그 반면에는 파괴되는 가정이 많아지고 자녀들에게 사랑의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부모가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듯하다. 자기 만족만을 바라고 자녀들을 위하여 희생되기 싫다는 부모들이 자신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초래될지 모르는 결과를 안다면…『자녀들이 느끼는 괴로움을 안다면 부모들은 결코 싸우지 않을 것이며 그들은 자녀들에게 결코 그 가혹한 고통을 가하지 못할 것이다』『부모들의 잘못으로 자녀들은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못할 상처를 입고 정신적 불구자들이 되고 마는 것이다』이 말들은 이혼한 사람들의 자녀들의 진술이지만 부모로서 자식들에게 존경을 받지 못할 사람이 되는 한 누구나 그와 비슷한 원망을 들을 때가 오고야 마는 법일지도 모른다. 부모가 되는 영광보다 더 큰 영광이 없지만 부모에게 배신 당한 자녀들은 결코 이것을 잊을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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