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해마다 사순절에 그리스도의 수난을 그의 자녀들인 신자들에게 깊이 묵상케함으로써 자칫하면 멀어져가기 쉬운 신앙의 자세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고 회개와 열성을 가지고 주의 십자가의 그늘에서 안위와 용기 그리고 희망과 환희를 얻도록 하게된다.
그런데 현대와 같이 가치관이 전도되고 성실한 자가 사회적으로 출세를 하지못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과연 어느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느냐 하는 것을 간파하기란 곤란하다. 즉 현대인에게 진정으로 행복을 가져다줄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 하는 질문에 명백한 해답을 제시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특히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대해서 현대인들은 하나의 어리석은 행위로 밖엔 보여지지 않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기적이며 타산적인 자들 그리고 근시안적이며 관능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는 자들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크리스찬인 우리들도 그러한 부류의 사람들에 휩쓸려 들어가 있거나 아니면 유혹을 느끼며 크리스찬이 된 것을 조금 식 귀찮아하고 있지나 않은지 가슴에 손을대고 자문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가 승리하기 어렵고 패배하기는 쉽기 때문이다.
자모이신 교회에서는 이러한 현대인의 심리를 잘알고 있으며 교회의 자녀들까지도 거기에 휩쓸려 스스로 불행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도 잘알고있다.
그러나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업을 계승하면서 이 세상 종말의 그날까지 사랑을 베풀고 언제나「시대의 표징」을 읽을줄 알기때문에 사순절에 그리스도의 수난을 재현시켜 인생의 참다운 의의와 가치를 명시해 주고있다.
모든 사람은 예외없이 행복을 원하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스스로를 불행속에 내던지고 있다. 일하는 것보다는 노는것을 좋아하는 습성을 하기가 쉬운 인간사에 있어서 손쉬운 것에 기울어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내버려 둘 때 인간사회는 전체가 불행과 혼돈속에서 부조리의 아픔을 겪지않을수 없게 된다. 그리고 개개인이 추구하는 향락의 결과는 자신의 낙오와 실의를 가져오게 할뿐인 것이다. 그러면 서로 그 사실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대인이다
그리스도의 구원은 바로 그러한 반행복을 간파하게 하며 참다운 행복이 무엇인가를 알게하는데 있다.
그러기에 사순절은 현대사회에 살고있는 교회의 자녀들에게 있어서 더할수 없이 뜻있고 고마운 시기인 것이다. 흔히들 사순절을 「봉재」라 해서 「제」를 지키는 엄격한 시기라는 관념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결코 그러한 것은 사순절의 일부일뿐 전체는 아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 자체가 기쁜소식(福音)이다. 따라서 이 사순절은 보다 더 큰기쁨을 보다 풍성한 은혜를 그리고 보다 따스한 위안을 베푸는 시기이다.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 그 혹독한 고통을 겪으시면서 그것은 바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였다. 죄 많은 우리 때문에 당신을 떠나서는 행복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 그렇게 참혹한 죽음을 당하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시기에보다 깊이 主님의 사랑을 깨닫고 자신의 죄를 뉘우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미 죄를 뉘우쳤다는 것은 죄로부터의 해방을 뜻하므로 회개한 자는 자유의 기쁨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죄인인 우리는 우리마음을 깊은 슬픔속에 묻어둘 것이 아니라 주님의 수난과 십자가로서 용서를 받아 깨끗해진 마음으로 보람과 기쁨안에서 행복한 희망을 키워나가야 할것이다. 그리하여 저 부활의 환희를 소리높이 외칠수 있도록 모든준비를 갖추는 시기로 삼아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결코 어리석은 것이 아니며 승리와 행복, 그리고 기쁨과 소망을 안겨다 준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전도된 가치관을 재확립시키고 외면만이 화려하고 경박한 시대사조 안에서도 우리는 굳건히 서서 전인류로 하여금 영광의 길로 들어갈수 있도록 하는 안내자가 되는 것이다.
진정 사순절 제일주일에서 주께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면서 하시던 최초의 말씀은 우리들 현대인에게 가장 적절한 교훈이며 충고요, 경고이기도 한 것이다. 즉 『사람은 결코 빵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에 의해서 산다』
사실 인간이 빵만으로만 충분히 행복하고 잘살수있다면 인간은 그 얼마나 단순하고 보람없는 것이 되겠는가? 그리고 동물과 무엇이 구별될수 있겠는가? 그러면서도 가장 현명하고 가장 과학적이며 현대적이라는 현대인은 스스로가 그 모순 속에 빠져들어 현사회를 이렇게 혼란속에 몰아넣고 있다.
구체적인 의미에서의 교회인 우리들 크리스챤 개개인은 자모이신 교회와 합심하여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기 위해 이 사순절을 보람있게 보내야 할것이다. 그것이 바로 현대에 있어서의 사순절의 진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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