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사람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하여 저녁 때가 되면 마을의 남녀들이 떼를 지어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춘다>고 하였다. (魏志) 집집에서 아내와 남편, 처녀와 총각들이 나오는데 여자들은 소매 끝과 깃에 붉은 끝 등이 있는 긴 저고리를 입고 허리에 띠를 둘렀다. 치마는 잔 주름이 많고 땅에 끌리듯 길어서 무도복의 차림같다. 남자는 바지와 저고리를 입었다. 남녀의 옷이 모두 흰 빛이다. 이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滿洲 벌판에서 달빛과 엷은 밤안개에 젖어들며 손에 손을 잡고 원무(圓舞)를 춘다. 고조선과 부여삼한 시대부터 내려오는 이 춤은<수십명이 함께 얼려 일어서고 땅을 차며 뛰었다 내리고 손과 발이 서로 응하면서>한껏 흥겼다. (其舞數十人俱起相隨踏地低仰手足相應)
이처럼 활력이 넘치고 개방적인 생활속에서 남녀는 자유로이 연애하여 결혼하였다. 자유결혼은 고구려에서 뿐아니라 신라에서도 성행하였다. 김유신 장군의 아버지 서현과 어머니 만명이 자유결혼을 하였고, 태종 무열왕 김춘추와 그 아내 문희가 또한 그랬다.
우리의 옛 조상들이 누린 그 생동과 자유는 원시적 단순성의 탓이 아니었다. 그 고대에 이미 우리 민족은 평화의 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신라 제49대 임금인 헌강황 시절에 서울 경주로부터 동해에 이르기까지 집과 담이 잇달아 있고 초가는 하나도 없었다. (무일초옥ㆍ삼국유사) 풍악과 노래가 길에 끊이지 않고 풍우는 사철 순조로왔다. 왕이 하루는 개운포(지금의 울주) 바닷가에 나가 놀이를 베풀었는데 바다 龍이 시기하여 구름과 안개가 짙어졌다. 왕이 용을 위로하는 선공으로 그 바닷가에 망해사라는 절을 지으라고 명령하니 안개는 걷히고 용이 일곱 아들을 데리고 왕 앞에 나와 덕을 찬양하며 춤을 추었다. 용의 한 아들인 처용은 왕을 따라 서울까지 와서 살았다. 왕이 처용을 미녀에게 장가 들였는데, 미녀를 시기한 역신이 사람으로 둔갑하여 처용의 아내를 범했다. 이 때 처용은 분노하지 않고 그 유명한 노래, <동경 밝은 달에 밤깊이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를 읖조리며 물러난다. 처용이 노하지 않는 데에 감동하고 가책을 느낀 역신은 장차 처용의 형상을 그려 붙인것만 보아도 결코 나타나지 않겠다고 무릎꿇고 사죄하고 달아났다. 그 뒤 오늘까지 한국의 촌가에서는「제옹」을 만들어 역신을 예방하는 풍속이 전해졌다.
영문학사의 첫 작품인「베이오울프」는 영웅 베이오울프와 역시 물속의 용(괴물) 그렌델과의 관계를 그렸다. 그 관계는 위로와 보답, 용서와 가책 등 관대와 평화의 관계가 아니라 시종 피가튀는 증오의 싸움이다. 그 싸움으로 양쪽이 끝내 죽고 만다. 연대적으로 같은 무렵의 작품은 향가「처용가」와 서사시「베이오울프」사이에는 이미 서로 다른 철학이 있었다. 우리는 그 고대로부터 뛰어나게 평화에 눈뜬 민족이었다
그러나 고려와 이조를 거쳐 오면서 여인들이 元나라에 강제로 징발당하고 이조 왕가에 강제로 간택을 당하면서 내외의 풍속이 생겼다. 우리의 생활속에서 여자들이 숨어 버리고, 주눅이 들린 남자들은 못난이 행세에 깃들여졌다. 그러나 민족수난사가 띤 섭리는 끝내 평화의 회복에 있을 것이다. 그 찌들지 않고 주눅이 들리지 않고, 생동과 활력과, 평화와 번영이 있는 역사는 우리에게 되풀려질 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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