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각 일간신문과 본보에서도 크게 취급한 바 있는「한국모방」의 노사분규는 상금 인상이라든가 부당해고라든가 하는 기본적 노사분규가 아니라 이미 퇴직 당한 직공들이「한국모방」에대해 퇴직금을 지불해 달라는 애절한 것이기에 뜻있는 인사들의 격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결코 방관할 수 없는 것이며 이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만 한다. 다행히「가톨릭 노동청년회」(JㆍOㆍC)가「한국모방」의 퇴직금 체불 사건에 관해 노동자들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지난 17일「민주수호협의회」「전국도시산업선교연합회」「영등포산업선교회」「고려대학 노동문제연구소」「한국 청소년단체협의회」「한국 노사문제연구소」「가톨릭 정의평화위원회」대표들을 초청해서 그 대책을 논의하고 여기 모인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퇴직금 받아주기 운동에 참여키로 결의했다는 것은 아직도 이 나라에 사회 정의가 엄존하고 있다는 뜻에서 고무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자리에서 교회의 노동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봉사하는 교회며 가난한 자(물질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의 청빈자)의 교회다.
따라서 교회의 선교활동은 언제나 정의에 입각한 사랑의 봉사행위인 것이다.
인간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이상 그 누구나가 이 세상의 물질을 사용해야 하므로 물질을 사용할 권리는 천적의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이 세상의 물질을 노동이라는 인간 노력을 봉해서 획득하게 마련이다. (창세기 3ㆍ19 참조)
그러므로 노동은 인간 생존의 기본적 영위이며 그 스스로가 존엄성을 지닌다. 따라서 누구든 노동을 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국가는 이 노동의 존엄성을 높이고 보호하고 권장할 의무를 가진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문제되는 것은 노당자가 언제나 사회의 하층에서 천항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경제 우주의 사상이 낳은 폐단의 하나로서 교회는 이를 배격하는 동시에 경제나 정치는 인간을 토대로 한 인간을 위한 봉사를 할 때만이 그 뜻이 있는 것으로서 보며 어디까지나 인간이 그 주체여야 함을 선언한다.
그러나 이번「한국모방」의 경우를 볼 때 얼마나 상기한 것들과 거리가 먼 것이냐! 돈을 벌기 위해 인간을 혹사하고 애당초 고용시에 계약한 퇴직금과 예수금(월 3% 이자로 사회에 예치한 돈)마저도 내주지 않고 있다니 이것은 진정 사회 정의가 용납할 수 없는 파렴치한 비인간적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어찌하여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정부 및 권력 기관들이 이들 가엾은 퇴직 여공들의 호소를 그렇게도 무성의하게 대하고 있단 말인가?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영세민도 대한민국의 국민이요 엄연한 존엄성을 가지는 인간이다. 기업주가 고용인들의 무력함을 기화로 그들의 횡포를 휘두를 때 사회 정의는 땅에 떨어지고 사회 불안은 자꾸만 조장되는 것이다.
물론 경제적 조건에서 언제나 많이 가진 자는 적게 가진 자보다 더 유리하다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이 지상은 천국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복음적 동고에 따라 행위할 수도 있는 예지와 이성을 가진 인간이므로 이를 최소한도로 좁힐 수는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부자로 사는 사람들에게 명령하시오. 교만해 지지 말며 믿을 수 없는 부귀에 희망을 두지 말고 오히려 하느님께 희망을 두라고 이르시오」(디모 전 6ㆍ17)
그러므로 어느 사회가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도 당국이 빈자들을 위해 배응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회적 불의가 되는 것이다.
「한국모방」당사자들은 이러한 사회 정의에 대한 과오를 더 이상 범함이 없이 조속히 계약을 이행하여 불우한 퇴직자들을 더는 괴롭히지 않기를 바란다. 이것이 곧 이 사회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는 길이며 이제까지 끼쳤던 누을 씻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끝으로 다시 한 번 JOC의 적극적인 활동이 주의 뜻을 이 어두운 사회에 전파시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하며 격려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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