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 와서 복음의 말씀을 다시 읽는 사람에게 가장 절실히 느껴지는 이야기는「엠마우스로 가는 제자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예수님을 지극히 믿고 있다가 수난으로 인하여 당황해져 절망 직전에 있는 두 제자는 오늘의 교회를 상징하는 듯하다.『도대체 길을 걸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고 있느냐』고 하신 예수님의 그 말씀은 오늘의 성직자들과 교우들에게 하고 계시는 말씀으로 들린다.『너희들은 무슨 근심스러운 이야기를 그렇게 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옛날의 제자들처럼 생각할 줄 아는 교인들 중 많은 사람은 현재 교회의 사정을 걱정하리라고 생각한다.『우리는 교회를 천주님의 참된 교회로 알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거룩하고 전리를 지니므로 인하여 틀릴 수 없는 교회로 생각했더니 최근에 와서 천주교회도 다른 단체와 마찬가지로 성직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성경해서도 다른 책을 해석하는 것과 똑같이 되고 만 것이 아니냐?』
천주교회도 많은 약점을 드러내고 그 인간적인 면이 나타나므로 사람들이 당황해졌고 그들은 상상했던 그대로의 교회 모습을 되찾을 수 없어 교회의 새로운 모습 때문에 걷잡을 도리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엠마우스의 제자들도 수난을 통하여 발전한 예수님의 약하고 인간적이며 희생 당하는 모습에 실망한 이유는 그것이 상상했던 예수님과 너무나 대조적이기 때문이었다.
『당신들은 어리석기도 하다. 그리스도가 이 모든 고난을 겪어야 그의 영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라고 예수님은 제자들을 나무라셨다. 오늘의 우리들도 어리석은 것이 아닐까? 교회는 본래 고정불변의 존재가 아니요 오히려 제도와 방법에 있어서 지극히 유동적이면서 시대의 요구에 순응하고 새로운 제도와 방법을 강구해서 진리를 베푸는 교회라야 마땅하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사람들로써 당황해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어리석어서 실망한 엠마우스의 제자들에게 그리스도께서 친히 찾아오셔서 모든 것을 설명해 주셨다.
그때 그들의 마음 속에 느껴진 뜨거운 감동으로 말미암아 그들은 과거의 신앙을 되찾게 되었다. 교회에 대해서 의심을 느껴 갈피를 모르는 성직자들과 교우들에게도 그리스도께서 이 뜨거운 감동을 느끼게 한다면 그들은 과거의 확인을, 그보다 더한 것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스도로부터 받아야 할 그 뜨거운 감동은 교회를 통하여 받게 되는 날에는 20세기 후반의 시련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엠마우스의 제자들에게는 이론과 인간의 지혜보다 그리스도께서 느껴지는 사랑이 결정적이었듯이 현재의 사람들에게도 과학적인 교리 해석도 아니고 합리주의를 찾는 신학자들의 체계도 아닌 사랑을 증명하는 교회만이 구제의 길을 열어 줄 수 있다. 사랑을 실현함으로 사랑의 참됨을 느끼게 하는 교회가 아쉬울 것이다.
실망한 엠마우스의 제자들은 예루살렘을 떠나고 있듯이 오늘의 많은 사람도 교회에서 멀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몇 년 동안에 성직을 떠난 성직자들은 수만 명에 달하고 있다. 그들 중에 실망하고 떠난 사람이 없는 것으로 믿어지지 않는다. 엠마우스의 제자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만난 것처럼 그리스도의 사랑과 이해를 가진 교회를 만날 수 있었으면 그들도 과거의 신앙을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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