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찍이 불교의 나라였고 유교의 나라였다. 그러면 현대의 한국 기독교인들은 민족의 전통문화를 부정하거나 소홀시 할수 있을까.
기독교 외에 전 세계에서 볼수있는 다른종교들도 교리와 생활규범과 성스러운 예식 등을 가르치며 여러가지 방법으로 인간의 마음이 느끼는 불안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그 길을 제시한다. 가톨릭교회는 이들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성스러운 예식 등을 가르치며 여러가지 방법으로 인간의 마음이 느끼는 불안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그 길을 제시한다. 가톨릭교회는 이들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성스러운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과 행동의 양식 뿐아니라, 그들의 규율과 교리도 거짓없는 존경으로 살펴본다. 하느님께서 모든것을 당신과 화해시켜셨음을 교회는 선포하고 있으며, 그러므로 교회는 다른 종교의 신봉자들과 지혜와 사랑으로 대화하고 서로 협조하면서 그리스도적 신앙과 생활을 증거해야 한다. 한편 그들 안에서 발견되는 정신적 내지 윤리적 선과 사회적 내지 문화적 가치를 긍정하고 지키며 발전시키기를 교회의 모든 자녀들에게 권한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 「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
2차 공의회의 여러가지 중요한 가르침 중에서도 이 대목은 전 세계의 현대인에게 지극히 반가운 소식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과연 세계와 우주를 섭리하시는 하느님의 교회답게 넓은 포옹의 품안을 밝혀보여준 선언이다.
이에 따라 불교와 유교도 가톨릭 신자들에 의해 부정되거나 경계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으며 오히려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정신적 문화적 가치를 <긍정하고 지키며 발전시키기를> 크리스찬으로서 권고받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불교에 대해서는 공의회가 선의의 이해를 뛰어나게 표명했다. 그리고 유교는 원래 종교의 성격이라기 보다 윤리와 문화의 체계였다. 더욱이 오경비 박사에 의하면 공자야말로 「하나의 하느님」을 믿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공자는 언제나 가장 깊은생각의 결론을 하늘에다 맡겼다. 그리고 유교의 孝의 思想도 天의 사상에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참된 인격을 가진 사람은 하늘을 부모같이 섬기고, 부모를 하늘같이 섬긴다>(事天如事親 事親如事天)고 되어있다.
한국에 가톨릭이 처음 들어와서 박해받은 최대의 원인이 유교의 제사를 반대한데에 있었다. 祖上에게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어떤 마귀의 神을 섬긴 것이 전혀 아니다. 제사 축문에도 밝혀져 있듯이<어버이 돌아가신 날을 다시 당하여 멀리 추억해 느낄때 끝없이 그리운 마음을 누를길 없습니다>(위日復臨追遠感時不勝永暮)한 것이다. 어버이에 대한 이 정대한 효의 사상을 하느님에 대한 효(孝)의 사상으로 확대 발전시키는 것이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길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했던 데에서 신해효리을 비롯하여 박해가 거듭되었다.
민본ㆍ과학사상인 학(學)의 학자들을 토대로 하여 건립된 한국 가톨릭의 출발은 영예롭다. 그러나 토착문화에 대한 교회 당국의 이해와 방법이 부족하였다. 이 때문에 정차산같은 민족적 석학(碩學)이 몇번이나 배교와 회심을 되풀이 하고 18년간의 귀양살이 30년간의 몰락끝에 그래도 종부성사를 받고 죽었다.
기독교가 다만 서양의 종교라면 나는 민족을 배반하기 싫어 신자가 될수 없는 한국인이다. 하느님의 교회는 세계어디서나 토착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토착문화에 대한 이해와 교양이 계속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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