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자 한국의 일간 신문들은 괴한에 의해 부상 당한 라 삐에따 상에 대한 뉴스를 자세히 보도해 주었다. 이 소식에 접했던 사람들은「르네상스」시대 최고 걸작인 예술품의 손상에 깊은 유감에 젖었으리라. 그 진가의 가치를 나 같은 범인으로서는 39억의 보험금으로 계산할 수 밖에 없고 충격적 사건이 됨직하다고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 이야기하고픈 것은 라 삐에따 상의 예술적 가치나 부상 당함에 대한 유감이나 애석함이 아니라 바오로 교황께「성 베드로」대광장에서의 정오기도를 끝마치고 성당 입구 바로 오른쪽에 있던 이 상 밑으로 달려와 굳은 얼굴로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는 기도의 장면을 보도한 기사의 내용에 흥미를 갖고 싶다.
그 기도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기도의 이 상이 비통에 잠긴 성모님의 슬픈 모습이었고 그날이 성신강림절이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그 기도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굳은 얼굴」을 하고 기도하는 목자의 얼굴에서 우리는 먼저 부상 당한 성모님의 슬픈 모습을, 오늘 우리 시대 인류가 당하고 있는 불안과 고뇌를, 그리고 오늘 교회가 겪고 있는 진통과 위기를 함께 분명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얼굴은 비장한 얼굴이요, 부상 당한 성모님의 얼굴은「시대의 징표」를 가리키는 성신의 역사하심의 또 하나의 걸작이 아닐 수 없다.
미켈란젤로가 바로 오늘 시대에 라 삐에따 상을 조각한다면 부상 당한 지금의 성모상이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이런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다가 불이 난 집에서 정신 없이 뛰쳐나와 생각해 보니 자기 어린 애를 놔 두고 나왔겠다.
다시 화염에 싸인 집으로 들어가 아이를 구해 나왔으나 어머니의 얼굴은 보기에도 흉측한 화상을 입고 말았다.
처음에 어린이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기 싫어 했다지만 자란 후 어머니의 얼굴의 역사를 안 어린이는 부상 당한 어머니의 얼굴을 자랑했고 그 얼굴을 볼 때마다 어머니를 기쁘게 해줄 것을 먼저 생각했다는 이야기다. 있음직한 이야기다.
그 목자의 굳은 얼굴과 부상 당한 성모님의 얼굴에서 교회를 걱정하는「교회의 목자」의 얼굴과 교회를 사랑하는「교회의 어머니」이신 모습을 보아야 할 것 같다. 성신은 우리 시대를 인간이 생각하는 방향이 아니라 완성의 방향에로 인간이 실패라는 거기에서 일을 시작하신다는 바오로 교황의 말씀을 생각하면 그때 그 기도는 또 하나의 새로운 성신강림의 시대를 준비하러 오시는 성신께 대한 감사의 기도로 시작하여 저 유명한 MAGNIFICAT(내 영혼이 주를 찬송하며!)의 노래가 샘처럼 흘러나왔을 것이다. 또한 오늘 침묵의 교회 안에서 박해 받는 교회를 생각하며『당신 팔의 큰 힘을 떨쳐 보이시기』를 기원하며 상처를 입는다 해도 이 극심한 마음의 고통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기도가 계속됐을 것이다. 계속해서 그 기도는 부상 당한 성모상을 우러러 고통 받는다는 의미를 새롭게 하시고 인류를 위한 당신의 고통에 참여하여 당신 수난의 증인으로서 마지막 기쁨에의 도전을 받고 사는 부활의 증인이 되게 하시어 모든 대륙, 저 먼 고도에서도 오늘의 이 비보가 울려퍼지는 곳에 기쁨이 또한 함께하시기를 기원하며 두렵도록 중대한 이 기회를 주신 이날에「영광」을 노래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도의 마지막은 새소리와 한 송이의 이름 없는 꽃을 보고도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는 프란치스꼬의 조용한 마음으로『오 주여 우리 하느님이시여 아멘』이라 기도했음직 하다. 우리도 조용히 목자의 기도소리에 맞추어 상처 받은 성모님을 뵈옵고 그분을 기쁘게 해드릴 일을 생각해 보고 싶다.
▲지금까지 수고해 주신 여동찬 신부님에 이어 이번 호부터는 광주교구 상서국장인 이영수 신부님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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