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보다 효율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교회에서는 제2차「바티깐」공의회가 끝난 지도 벌써 수3년을 경과했다. 기간에 교회 안에 변천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로는 공의회의 기본정신에 어긋나는 해석과 오전로 불필요한 잡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보아 교회 기본정신에 別 어긋남이 없이 적용된다고 느껴진다. 이번 10년 기한부 권한을 발표한 기회에 일반적으로 신자들이 교회법 준수에 있어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를 말하고자 한다.
공의회 이후 대체적으로 교회법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나 그 법정신 자체에 있어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 법은 만인 앞에 同等하게 시행되고 적용에 있어 역시 동등하다. 어느 특수층을 두둔하거나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다. 또한 법이란 원칙적인 면에서 예외가 있을 수 없으나 원칙에는 반드시 예외가 따르게 마련이다. 법은 인간생활을 원활히 하기 위한 방법이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법이란 인간 지성의 질서이고 인간 최후 목적에 보다 용이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법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법을 위한 사람은 생각할 수 없으며 법은 구속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자유스럽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항간에서 하는 말과 같이 공익회 이후에는 매사가 쉽고 편리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법의 근본정신에 있어서는 공의회 후라 해서 하등에 달라진 것이 없다. 일반신자들이 교회법을 대할 때 확실히 해이해져 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혼인법에 관해서는 참된 그 의의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일남일녀가 남남으로 있다가 일체가 되고 죽을 때까지 영육의 권리를 서로 주고받는 대사에 있어 시대가 달려졌다고 혼인의 본질마저 달라질 수가 있겠는가? 달라졌다면 어디까지나 그 절차에 있어 달라졌고 예식에 있어 달라졌다. 이것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혼인의 의의가 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법 일부에 있어 완화된 것은 없지 않다. 예를 들어 혼합 혼인에 있어 까다롭게 쌍방의 서약서가 필요했던 것이 신자 쪽만의 서약서로 족하다든가 관면혼배를 받지 않고 자녀를 혼인시킨 부모는 타 성사 받을 자격을 박탈 당했던 것을 당사자에게만 국한시키는 등 완화된 것도 있다.
그리나 이런 것은 날로 번잡해 가고 자유 선택 시대에 성인된 자녀의 책임마저 부모가 진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기 때문이지 혼인 자체에 변화가 온 것은 아니다.
이번 발표되된 기한부 10년 권한에 있어서도 어디까지나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시대에 알맞은 법의 적용을 방법적으로 보다 수월하게 다룬 것뿐이다. 예를 들어 혼인 소송 문제에 있어 종전에는「로마」까지 가야 해결될 문제가 지방 주교들에게 대폭 그 권한이 이양됐다든가 교구에서도 반드시 교구장만이 가졌던 권한이 혼인 담당 주교대리에게 이양된 것 등이다.
또한 종전에는 본당 신부가 가지지 못했던 주교의 권한을 일선 사목 담당 본당 신부들에게 이양한 점 등이다. 이런 것은 시대와 사회성을 참작해서 복잡함을 피하려는 노력이라 보아야 하겠다. 그러므로 권리의 대폭 이양이라 함은 더 자유스럽다고 하기에 앞서 권리를 이양 받은 각자가 져야 할 책임이 더 중해졌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며 법이 명해서 보다 자발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 더 늘어난 것을 인식한다면 법의 남용은 없을 것이다.
끝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남북이 분단된 나라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애로가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월남해 온 사람들은 가족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고 증인마저 책택하기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고 이런 사람들이 혼인 소송을 해올 때 어디다 기준을 두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 등은 아직 막연하다. 본인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추정하겠는가? 아무리 교회라 할지라도 법은 법대로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정식 판정은 못하는 것이다. 그럼 지금 적십자를 통한 남북 회담으로 가족의 생사를 알리라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진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공산당을 믿고 교회가 기다리겠는가 하는 것은 상식문제다. 이런 당국자의 애로도 신자들은 알아 주어야 하며 덮어놓고「까다롭다」「할 수 있다」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삼가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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