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김대건 신부를 「수선탄덕」(首先鐸德)이라 불렀다. 빼어나게 앞선 훌륭한 사제가 바로 수선탁덕의 말풀이가 된다. 비록 사제가 되기 위한 교육이긴 했지만 김대건ㆍ최양업 소년의 마카오 유학은 이 땅 앞선 사람으로서 김 신부를 부각시켜준다.
길고긴 인고의 세월을 거쳐 1845년 마침내 한국의 첫 사제로 탄생된 김대건 신부는 분명 앞선 사제임에 틀림이 없다.
신학생의 신분으로 선교사들의 입국로 개척에 나섰던 김대건은 우여곡절 끝에 입국로를 마련하고 6년간이나 입국경로와 기회를 찾아 헤매던 페레올 고 주교를 조선땅으로 인도했다. 사제로 서품된 지 불과 1년여、교회장상의 명에 의해 선교사들의 새 입국로를 찾던 그는 연평도 근처 순위도에서 체포돼 결국 순교의 칼을 받고 말았다.
첫 번째 한국인 사제로「앞선 사제」의 길을 걸었던 김신부는 순교의 길에서도 한국사제로서 선두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이상 간략히 살펴본 바로도 우리는 우리의 자랑스런 순교사제 김 신부의 생애가 얼마나 진취적이고 선구자적이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낯설고 길설은 중국땅 곳곳을 누비며 자신과 선교사들의 입국로를 개척했던 김대건신부의 불굴의 용기는 기해대박해로 산산조각이 나버린 조선교회、그 신앙의 끈을 탄탄히 묶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던가.
84년 이 땅에서 베풀어진 1백3위 시성식 장면은 아직도 우리 가슴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김대건 안드레아ㆍ정하상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시성식」으로 명명된 이날의 역사적 사건은 곧 김대건 안드레아ㆍ정하상 바오로 동료순교자 대축일」이라는 공식을 낳게 했다.
「앞선 사람」、김대건 신부는 이만큼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와 있고 우리는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모습을 보자.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 신부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를 제대로 알기위해、그의 삶과 사상과 영성을 알기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물론 거의 없다는 것이다. 2백만 신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우리교회의 오래 염원이었던 성인 반열에 올랐지만 김 신부를 보다 더 잘 알고자하는 노력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었다.
시성과 함께 오히려 멈추어 버린 것 같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진정 그를 우리 신앙의 모델로 살고자 한다면 우리 삶의 기준으로 설정하고자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김대건 신부를 제대로 아는 일이다.
단순하고 제한된 소재를 벗어나 무한한 창작의 세계를 동원、그의 삶 전체를 우리 삶 속에 용해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이 문학작품이라도 좋고 연극ㆍ음악ㆍ무용이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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