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햇살은
푸른 나뭇잎에 모아져서
슬픈 영혼 위로하듯
한움큼씩 떨어지고…
고개들어 하늘보니
무리지어 율동하는 양떼구름이
갑자기
성난 모습으로 달려오며
하얗게 휘감는다 나의 나태함을
믿음을 지키려고
희광이 칼날을
기쁘게 받아들여 온몸을 봉헌한
저 절두산!
하여
스스로 예수성심과 일치코자
했던
순교자의 사랑이 머문곳
순교자의 피로
복음전파를 막으려 애쓴
대원군과 달리
앞다투어 입교한
그후의 왕손들…
한강변 구석진
하느님께 부름받은 성스러운땅
길다란 낙조받으며
나는
오늘부터 새롭게 거듭 태어난다.
때로는 멀리서 때로는 가까이서
마음을 울리는 순교자 음성
죽음 앞에서
오히려 의연하고 침착했던 모습이
저 강물에 뿌려진 선혈되어
오늘도 변함없이
순례자 마음을 적시어
우리의 나갈 길을 말없이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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