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당 서경원 의원의 밀입북사건과 관련된 파장이 천주교회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하나는 서의원이 김수환 추기경에 밀입북 사실을 지난해 9월 밝힌 사실이 불고지(不告知)의 실정법을 위반함으로써 교회법과 상충되고 있는 점이며 또 다른 하나는 가톨릭농민회에 관한 문제이다.
먼저 밀입북사실을 직접들은 김 추기경이 이 사실을 정부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성직자로서의 고유직무와 지켜야할 윤리원칙에 따른 것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우리교회의 고백성사는 사제가 고백자의 고백내용을 목숨을 걸고 비밀을 지켜야할 의무가 주어져있다. 만일 사제가 이 고백의 비밀을 누설했을 경우에는 교회법에 따라 성직 수행 중지의 엄벌을 받게 돼 있다.
우리 2천년 가톨릭교회사에서 단 한건도 고백의 비밀을 누설한 경우가 없으며 심지어 마르틴 루터까지도 교회를 떠나기 전 사제로서의 고백비밀을 지켜있다는 사실은 성적자로서의 고유직무와 그에 수반되는 의무가 얼마나 막중한가를 증명해주고 있다.
이러한 교회의 고백비밀엄수는 특히 우리나라처럼 남북이 분단 대치돼있는 상황에서 국가보안상의 실정법과 마찰을 빚기 마련이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서 의원의 밀입북사실이 비록 고백성사로 김 추기경에게 전해진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성직자의 직무가 윤리법상 비밀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될 사안이었음은 누구나 판단할 수 있다. 김 추기경 자신도 서의원의 밀입북 사실이 『고백성사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내면적 비밀을 본인에게 신뢰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대화로 인격적 고백이기도 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의 교회법이 이러하다 하더라도 불고지죄(不告知罪)란 실정법이 존재하는 이상 법에 저촉을 받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불고지죄는 그동안 자연법과 인권 등에 위배되는 악법으로써 폐지돼야한다는 주장이 거듭돼왔지만 여전히 존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김 추기경도『성직자와 의무에서 비롯된 함구가 현 실정법에 어긋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감수할 생각』이라고 밝히고는 있으나 이번 기회에 정부당국도 교회법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불고지죄에 대한 적용범위나 근본적인 철폐 등을 적극 검토해 주기를 강력히 요청한다.
다음으로 서 의원 사건이 던진 파문은 가톨릭농민회가 마치 이적행위를 주도하는 단체로 많은 오해와 비판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괴한들에 의해 파괴행위를 당했다는 점이다. 비록 서 의원과 평민당 대회협력국장 이길재씨가 초대ㆍ2ㆍ3대의 농민회장을 역임하긴 했어도 농민회가 이적단체로 치부되고 탄압의 대상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위의 두 사람과 그의 농민회 관계자들이 농민회 자체를 자신들의 입신양명이나 혹은 대북비밀접촉의 수단으로 악이용했다면 그 당사자 개개인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가톨릭농민회는 엄연히 한국주교회의가 공인한 단체로서 교회의 권위 아래 속해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주교회의는 그동안 비신자회원의 가입으로 활동을 중지시켜온 농민회가 겪고 있는 많은 어려움과 활동방향등에 대해 깊은 통찰과 함께 새로운 진로를 열어주는 일을 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다.
특별히 우리 신자들은 서 의원 밀입북이 던진 파문으로 교회와 신자개개인이 당하는 수치와 모욕、비판과 힐난을 잘 참아 이겨 교회와 교회의 기관단체들이 교회정신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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