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도움의 성모회」수녀회가 금년에 창립 사십주년을 맞이한다. 방인 수녀회로서 첫째라는 데서 성모회의 창립 40주년은 한국교회 전체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수도생활이 신앙생활의 정점일진대 한국교회에 수도회가 창립되었다는 것은 한국교회가 그만큼 자랐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1932년 6월 27일 평양 상수구리에서 공동생활을 시작하고 1938년 3월 19일에 삐오 11세로부터 인가를 받은 성모회는 최초의 방인수녀회로서의 기초를 닦기 위해 한 많은 역경을 당해야만 했다. 세계대전이 일어나 미국인 선교사들이 쫓겨가는 통에 창립자를 잃고, 종전 후 공산치하에서 초대원장을 공산주의
마수에 빼앗기고 뿔뿔이 흩어져 버려야만 했던 초기 수난은 오늘의 1백36명의 후진들을 길러낸 어머니의 피땀과 같은 것이었다. 초기의 수난을 거름삼아 성모회가 앞으로 더욱 싱싱하게 자라나기를 기원한다.
최초의 방인수녀회의 창립 40주년을 맞이하여 그 뒤를 이어 창립된 모든 방인 수도회 및 국내의 모든 외국인 수도회들의 발전을 기원하면서 수도생활의 근본을 살펴보고 수도생활 쇄신의 방향을 제시하여 제2차「바티깐」공의회의 쇄신 운동이 한국에서 꽃 피기를 바란다.
수도생활은 신앙생활의 정점이다. 교회의 쇄신과 더불어 수도생활의 쇄신이 함께 논의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교회 쇄신도 그렇고 수도생활 쇄신도 그렇지만 쇄신이란 명목하에 속화의 현상이 뒤따르고 있음을 묵과할 수 없다. 지난해 6월 29일에 공포돼「수도생활 쇄신에 관한 교황 권고」에서도 교황 성하는 다시 언급한 바 있다.『나는 일부에서 겪고 있는 불안과 불확신과 변덕에 대답해 주고, 동시에 수도생활의 진정한 쇄신을 희망하는 이들을 도와 주고자 한다』면서 성하는 교황 권고 발표의 이유를 제시하고 각 수도회에서 잘못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시며『과거에 것이라면 … 불신하는 과장돼 불신과 무엇이나 멋대로 바꾸어 보려는 혁용과 현대를 뒤흔들고 있는 깊은 변화에 너무 빨리 적응하려는 정신 자세는 드디어 일부 사람들에게 수도생활의 특수 형태를 전혀 무의미한 것으로 판단하게끔 하며, 또 일부에서 수도생활의 원리마저 의심하게 된 사실을 부당하게도 공의회의 탓으로 돌리고 있지 않은가?』라고 하였다.
무릇 수도생활의 생명은 관상에 있다. 사도직 활동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사도직이 수도자의 사명이기 이전에 교회 전체의 사명이므로 성직자의 분야가 따로 있고 평신자의 분야가 따로 있듯이 수도자의 분야도 따로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요새는 3자의 분야가 거의 범벅이 되어 있다. 따라서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겠다는 결심이 가장 강한 수녀들이기에 요청되어 오는 외적 활동을 거절할 줄 모르고 다 받아들이는 듯하다. 여기서 과중한 외적 활동 때문에 기도나 묵상 같은 수도자 본연의 의무를 면제 받게 되기 일쑤다. 처음에는 활동의 성스러움을 믿고 그럭저럭 수도생활이란 이런 것이겠지 하다가 외적 활동에 있어야 할 생명력의 결핍을 깨닫고 드디어는 수도성소의 위기마저 느끼게 된다. 이런 내적 생활과 외적 생활 사이의 관계를 교황 성하는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수도 성소가 인간 봉사를 위한 다른 직무-사목활동, 선교활동, 교육, 자선사업-를 맡겨 주더라도 주님과의 깊은 일치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맺어지는 하느님과의 일치의 정도대로 이런 활동의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의회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려면 각수도회의 회원들은 오로지 하느님만을 모든 것 위에 찾으며 정신과 마음을 하느님께 결합시키는 관상과 … 하느님나라 확장에 노력하는 사도적 사랑을 합치시켜야 할 것이다』더구나 한국 교회에는 정말 할 일은 많고 일꾼은 적은 형편이므로 수도자 특히 수녀들에게 과중한 외적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각 수도회는 관상과 활동의 선후를 바꾸지 않고 시간적 정력적 측면에서 활동에 앞서 관상에 힘쓰고 그 관상에서 얻어진 천상 빛을 활동을 통하여 보여 주게 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이것이 진정한 수도생활의 쇄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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