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동물은 말할 것도 없이 원숭이다. 원숭이의 묘기는 말할 것도 없고 한 겹 두 겹 알맹이를 찾아 양파를 벗겨 나가는 원숭이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난다. 맨 마지막 껍질임을 안 원숭이는 마지막 속알 껍질마저 버리고 흩어진 껍질을 바라보며 속았다는 듯 눈알을 굴리는 모습이란 사람들을 웃기게 한다. 어찌 원숭이에게서 뿐이랴. 오늘을 사는 사람들 안에서도 이와 같은 삶의 모습을 본다. 가령 인생을 장난처럼 그리고 농담하는 식으로 사는 사람들에게서 껍질만 보는 인간을 본다.
껍질 같은 양파에서 그 껍질의 의미를 아는 지혜가 무엇보다 아쉽다. 양파를 껍질로만 보지 말고『그 껍질 같은 것이 곧 알맹이다』라고 보는 지혜는 원숭이가 계몽되어 얻어야 할 지혜다. 이 지혜는 마지막 십자가의 쓴 잔을 마시면서『저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고 계몽의 필요성을 역설하시던 예수님의 말씀에서 읽을 수 있다. 원숭이에게 공짜로 던져진 양파를 그는 껍질로만 보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 인생도 공짜다. 나에게 의논이나 허가도 없이 던져진 자신-이것은 분명 공짜다. 이 공짜 같은 인생을 우습게 보면 큰 일이다. 공짜를 다른 말로 은혜(GRATIA)로 본다면 공짜 안에 알짜를 볼 수 있다.
나의 부모는 또 나의 허락 없이 이 세상에 다시 나게 할 때도 (영세) 하느님은 공자(은혜)로 나를 당신 자녀 되게 하셨다. 이 공짜는 나의 인생에 더 깊은 의미를 요구하고 있다. 이 공짜 인생에서 알짜, 즉 은혜를 보기만 하면 진짜 인생이 된다. 人生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 의미는 내가 찾아 얻어야 한다. 내 인생에 의미를 주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인생이 나에게 의미를 주지 않고 내가 내 인생에 의미를 주면서 만들어 가야 한다. 이때 이 공짜는 알짜가 된다. 토인비 박사는 역사를「도전과 응전」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껍질 같기도 하고 알맹이 같기도 한 나의 인생에 계속 도전을 느끼면서 응전하는 긴장이 있는 삶에서 의미를 더해 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숭이의 어리석음은 양파를 껍질로만 보았다는 것보다는 사람들의 웃음 속에서 그 웃음의 의미를 몰랐다는 데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즉 문제의식 없이 안일하게 사는 삶「도전과 응전」으로 이루어지는 삶 속에 도전의식 없이 사는 삶에 문제가 있다. 人生에 의문을 계속 제시하면서 답을 위해 긴장하면서 사는 작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인생은 웃음을 사지 않는 원숭이가 될 것이다.
문제를 의식하지 못하고 사는 현대인들 앞에 니체는「신은 죽었다」는 말로 신이 죽은 것처럼 사는 그 시대 사람의 삶의 문제를 제시했다고 봄 직하다. 까뮤는「인간은 부조리하다」는 말로 부조리한 삶을 사는 현대인의 문제를 제시했고 본 훼퍼는「신 없이 신 앞에」기도하는 오늘의 맥빠진 신자생활의 문제를 제시했다고 보아 그들의 사상 안에서 우리의 나갈 길을 그리고 교회에 도전하는 시대의 징표를 읽고 발전을 위한 응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문제는 오늘 우리 시대의 징표를 문제로 삼고 왜 그들은 나를 보고 웃고 있는가를 생각하는 일은 오늘 자신이나 교회의 삶에 있어서 귀한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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