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통일을 자주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하고 긴장 완화를 약속한다는 남북 공동 성명은 남북뿐 아니라 세계 양대 진영으로부터 한결같이 환영을 받고 있다. 조국 통일은 4반 세기에 걸친 민족의 사무친 염원이요 민족상잔의 비극을 막는 일 또한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기에 굳게 막혔던 남북 간의 대화를 터놓은 쾌사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성명이 불시에 일으킨 충격파와 그로 인한 의식의 혼란은 쉽게 잦아들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 역사적인 민족의 대화에 국민을 대변하는 입법부와 사법부는 물론 행정 장관들까지 어처구니 없이 소외된 것 같고 그것도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법 질서와「엄격한 통치체제를 확보하기 위해 자주 위기를 조성시켜온」(워싱턴 포스트) 상황 속에서 갑자기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공화당 의원들은「소외 당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신민당 의원들은 당론도 정하지 못한 채 백가쟁오하는 혼란에 빠져 있다고 한다. 국민을 대표하여 국정에 참여한 정치인들이 민의의 전당을 6개월 간이나 닫아둔 채 먹고(식사초대) 마시고(주연) 치는(골프) 회사에「취직한 기분」으로 소일하고 있었으니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 알 턱이 없었을 것이다. 이번 일로 우리 국회는 다시 한 번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사게 됐다. ▲또한 우리는 이번 남북의 비밀대화로 어느새 절대화돼 가는 행정권과 상대적으로 무작정 약화돼 가는 민권을 실감하게 되었다. 공복 중의 공복인 행정 책임자가 통치권을 행사할 땐 초법률적인 것도 타당성을 부여 받지만 주관자인 일반 국민은 북의 박성철에게「부수상」이란 칭호만 붙여도 반공법 제4조의 반국가 단체를 고무ㆍ찬양ㆍ동조한 죄에 저촉되어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는 모순이 생겼다. ▲정치인들은 이 같은 모순을 지양할 어떤 법적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허다한 법률을 변칙 통과시키면서 자율적인 총화에 도움 되고 우리 체제의 우위성을 과시할 입법이 불가능했으리라고 볼 수 없다. 민주정체요 법치국가인 우리나라는 대화시대의 국민 총화를 위해서도 준법정신이 더욱 요망된다. 치자는 피치자에게 준법을 요청하기 전에 스스로 준법하는 인상을 강하게 풍겨야 한다. ▲어쨌든 대화의 시대는 왔다. 이제 국민이 모르는 가운데 일을 도모하고 심야에 처리하는 속성을 지양함으로써 국민의 소외감과 불신감을 없애 줘야겠고, 보다 바람직한 국민 총화와 동질화를 위해 자유와 민주 수호에 총력을 다해야겠다. 동시에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장단점을 사실대로 주지시켜 민주주의의 장점을 재삼 확인시키는 작업도 벌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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