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그 흥분과 감격을 어찌 필설로 옮길 수 있으랴. 4반세기 길고도 지루했던 세월,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쪽과 저쪽이 만 리보다 멀었다고 생각되던 이 나라 그리고 나와 너 그래서 오늘의 감격을 위해서 우린 피 맺힌 설움과 안타까움의 쓴 잔을 마셔야 했는가 보다. 조용히 잔을 비우고 기쁨과 환희의 잔을 위해 설레이는 마음을 가다듬고 감격과 흥분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주변을 돌아보며 대화의 의미를 새겨보고 싶어진다.
그러니까 제2차대전 중의 이야기 한 토막-프랑스군과 독일군이 며칠을 두고 접전이 계속되고 있을 때다. 병사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고 그나마 물이 떨어져 갈증에 시달리고 있을 즈음 접전을 하고 있는 중간 지점에 우물이 있음을 서로가 알면서 피아의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을 때다. 뜻 밖에 프랑스군 병사 하나가 외쳤다.『내가 우물물을 길르러 가는 동안 사격을 중지하라』말을 마치자 물통을 들고 일어나 우물을 향해 뛰었다.
그러자 사격은 중지되었을 뿐 아니라 저쪽 독일군 한 병사도 물통을 들고 나오더라는 이야기다.
사실 있었던 이야기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오늘 남북대화의 장면과 비교할 수 없을까 생각해 본다.
말틴부버는 인간을「대화적 실존」이라하여 그의 원숙한 사상을「나와 너」라는 저서에 담았다. 그의 말에 의하면「참된 삶은 만남」이라고 정의한다.「나와 그것」이라는 근원어가 발해질 때는 만남 대신에 소유, 이용, 체험의 대상이 되어 이용하고 이용 당하는 일방 통행적 독백이 되는 반면 자연도 사람도 하느님도「너」로서 보고「나와 너」라는 사이를 가질 때는 세계는 냉랭한 모습을 바꾸고 만남이 이루어져 시와 사랑과 영원이 대두하고 우리의 삶은 놀람과 기쁨과 채움의 영역에로 인도된다는 것이다.
역사적 전환기에 접어든 지금 내 주위의 환경을 의식하고 접전 중에 물을 길르러 가는 병사와 말틴 부버의 외침을 동시에 연상해 보면서 참으로 대화란 무엇이며 대화가 주는 것이 무엇이가를 묻고 싶어진다.
대화란 문제를 가진 인간이 서로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서로의 발전과 성장 정확한 상황 판단과 서로의 필요를 알고 공동전의 추구를 위한 필요불가결의 수단이자 최상의 방법이다. 논리적 정신과 객관적 정신에 토대를 둔 서구인이 그리스도교의 대화성을 강조하여「대화의 종교」라 칭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교가 인류적 정신, 우주적 정신을 토대로 두고 구원을 외치기 때문이리라. 반면 동양의 불교가 무상성과 유전성을 강조한 나머지「무아」를 주장하는독백성을 띤 종교라 하여 서구인을 대화적 민족 동양인을 독백적 민족이라 칭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런 의미로 바오로 6세는「자기 교회」라는 칙서와 공의회는 대화를 통한 교회의 자아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시대는 바야흐로 대화의 시대라 칭할 만하다. 자신을 위해서나 다른 사람, 나라와 교회를 위해서도 대화는 오늘의 구원을 위해서 필요한 요소임을 의식한다. 복음성경은 마지막 구원의 십자가에서 가향칠언에 가상칠언으로 대답한 구원의 대화를 말하고있다. 동과 북이 대화를 이제 시작했다는 엄청난 이현실 앞에 이제 대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암시 받고 교회도 세상과의 대화를 갖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할 수 없을까?
모름지기 대화의 자세는 서로의 존경과 신의에 바탕을 두고 상대방의 말을「듣는」데서 시작하여 공동 관심사를 주고받음으로 폭 넓은 이해와 수용성으로 끈기 있는 인내를 방패 삼아 공동선을 지향하는 것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자기 도취(TRIUMPHALISMUS)와 안일무사주의(IMMOBILISMUS)를 버리고 문제를 가진 인간을 스스로 긍정해야 되지 않을까. 남북의 대화가 성공되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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