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한국 가톨릭은 침체일로에 처해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뜻있는 신자들이 우려를 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나의 솔직한 의견으로는 단체활동 성패의 관건은 바로 지도자들의 역량과 의욕 및 활동 여하에 크게 좌우된다고 본다.
흔히들 가톨릭교회를 구교라 부른다. 이름 그대로 우리 가톨릭교회는 구태의연하고 중세기적 권위주의에만 억매여 있을 뿐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와 은총에만 너무 의존한 나머지 인간의 역량을 무시한다는 데서 교회 발전의 침체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인력을 다하고 천명을 기다리라」는 속담처럼 하느님은 언제나 인간을 통하여 당신의 진리를 인류에게 전하고자 한 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바이다.
초대교회 시대와 한국 가톨릭 초창기는 현재의 교회 상황과 비교해 볼 때 너무나도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스스로 부끄럽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국에는 여러 종교단체가 있다. 다른 종교단체가 얼마나 전교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만일 가톨릭교회가 현재의 상태대로 아무런 계획성 없이 안일무사주의에만 흐르고 있다면 하느님 대전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은 물론 미구에 제일 소수 종파로 전락하고 말 염려도 없지 않을 것이다.
소위 전교란 미명 아래 봄ㆍ가을에 한 번씩 공소 방문을 하거나 박봉의 전교 회장들을 두어 전교에 약간 힘을 기울였을 뿐이다.
자신의 소견으로는 교회가 대중 심리를 이용치 못했으며 신자 계몽에 등한했으며 신자 대중의 의욕과 사기를 높여 주는 그러한 일에 전혀 무관심했다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그뿐 아니라 교회 모든 일에 사제 독점주의에만 치중했을 뿐 교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일꾼들을 양성하기에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수천만의 대중을 복음화 상대로 하는 교회가 몇백 명의사제들로만 교회의 발전적 성공을 꾀하려 했음은 실로 무모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지금이라도 교회는 과거를 깊이 반성하여 미신자들까지도『가톨릭교회는 전교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우선 지도층부터 반성과 각오가 있어야 하겠다.
현재 한국 교회 주교들은 방 안에 앉아 공문이나 메시지를 발송하는 식의 태도는 지양해야 될 줄 믿는다. 지금은 중세기가 아니다. 감투나 권위문제를 생각하기에 앞서 가난하고 약한 대중 속에 뛰어들어 거리감을 불식하고 서민적이고 참그리스도적 사랑의 사도로서 직책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 본다.
주교들이 각 본당과 할 수 있으면 공소까지라도 순회하면서 진두지휘하며 솔선수범 본당 신부들과 신자들을 격려하며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자들과 함께 슬퍼한다면 교회 내에는 반드시 활기가 넘칠 것이며 영원한 젊음을 도로 찾게 될 것이다.
흔히 교회가 재력이 없음을 한탄하나 신자들이 곧 교회의 재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일 인류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봉사로 승화하지 못하고 복음적 감화를 주지 못한다면 사제 독신제도는 아무런 의의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제가 단지 직업적으로 본당을 지키고만 있다면 소비적 존재 가치밖에 없을 것이니 사제들은 성직 수행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현세대는 문화 발전으로 인해 지식과 문화 수준이 평준화 된 만큼 옛날처럼 권위주의자로 행세하다간 사랑과 존경을 받기는 고사하고 도리어 무시와 미움과 배척을 받을 것이다. 모든 일에 진정한 성의와 겸손을 보여야 신자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존경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의 사제들은 철저한 복음적 사도적 정신 무장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본다. 착한 목자를 따르지 않을 양떼가 어디에 있겠는가. 사제들은 참으로 천사들도 부러워한다는 성직 수행에 전력을 다하여 작은 스캔들이라도 신자들에게 불안을 안겨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세 부진의 원인이 목자들인 성직자들에게 있음을 크게 반성하여 천주님 대전에 부끄럼 없는 착한 목자들이 되는 중대한 책임을 잠시라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 발전의 열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고침=지난호(7월 23일자 825호) 독자논단의 필자는 부산시 동래구 연산2동 천주교 주택 내 박동준 신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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