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삼복더위가 기성을 부릴 날을 준비하는 7월의 장마철은 집과 논밭을 빼앗긴 수재민들에게는「잔인한 달」이겠지만 도시민과 방학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는 피서 계획에 부푼 꿈을 실어 보는 희망의 달이기도 하다.
요사이 오가는 인사마다에 금년 여름철의 피서 계획을 덧붙여 보며 서로의 여름 피서 계획이 화제가 되곤 한다. 상가는 불경기가 시작되고 무엇 하는 것 없이 한 달을 들뜬 기분으로 지내게 된다. 이쯤되면 8월 한 달은 너나 할 것 없이 공치는 날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정다운 친구들과 어울려 강과 바다와 산을 찾는다. 더위고 더위려니와 도시의 소음과 공해를 피해 모처럼의 연가를 얻어 물과 산을 찾아 자연을 대하는 일이란 결코 사치스러울 수 없는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옛날 피서가 단순히 더위를 피하는 데 그 의의가 있었다면 오늘의 피서란 현대 생활 속에서의 혼란 긴장 중압 복잡한 도시 생활 거기에 오토메이션 시대의 부산물인 일의 단조로움과 공해는 피서의 의의를 다양화시켰고 그래서 피서의 적극적 의의를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다시 말하면 강제적?으로 주어진 이 피서행위의 선용 내지 적극적 피서를 생각하게 한다.
더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위를 이기고 더위 잊는 일, 더위를 극복하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고 싶다.「이열치열」이라는 말대로 더위를 피할 것이아니라 열은 열로써 맞서 보는 태도 이것을 곧 적극적 피서라 이름 지어본다. 여름철의 하기 농촌봉사는 적극적 피서의 좋은 예가 아닐까? 바람직한 피서라 해서 지나친 말이 아닐 것 같다.
그래서 적극적 피서란 도시의 소음공해와 일상생활의 단조로움과 심리적 피로와 정신적 혼란 즉 비인간화하는 환경에서 떠나 비인간화되는 자기를 인간화시키는 작업-그래서 노동의 봉사를 통해서 일하는 기쁨과 강습회와 피정을 겸한 휴양회에서 삶의 의의와 가치를 재확인하는 일들은 더위를 잊는 적극적 피서의 행위가 아닐까? 땀을 흘리는 피서, 공부하는 바캉스, 내일의 삶에 창조성을 띤 레저는 적극적 사고에서 생산되는 적극적 피서론의 서른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이런 피서론의 본논은 비록 봉사활동이나 강습회나 하기 주일학교 혹은 피정 행사는 아니라도 강과 바다를 찾아갈 때 책 한 권씩 가져가는 여유 혹은 친구들과의 공동생활에서 우정의 깊이를 새기는 일, 건전한 레크레이션을 통한 정신 피로 회복은 적극적 피서의 본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현실에서 도피해온 사람들에게 위안과 안식이 되어 내일을 향한 인간의 정신생활에 어떤 새롭고 아름다운 질서를 먼 바닷가의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와 흰 구름 속에서 찾아 얻는 일들이 함께 얻어지는 일은 피서론의 종장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사계절의 변화를 마련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마음으로 우린 이 한여름철의 피서를 계획해 보았으면 한다. 이 적극적 피서논은 8월을 준비하는 장마철의 잡담이 되지 않고 그래서 아름다운 추억의 달 보람 있는 8월을 향한 한담이 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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