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C의 창설자 故 가르딩 추기경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공장에서 나오는 생산품은 화려하지만 노동자는 거기에서 걸레가 되어 나온다』고. 이 말은 현대의 노동 조건을 단편적으로 잘 표현해 준다고 생각된다. 19세기의 산업혁명 이후로 모든 생산은 가내 공업에서 대기업으로 변해 갔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집결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기업가들은 거대한 자본을 투자해서 생산업체를 만들고 거기에 많은 노동자를 고용해서 공장을 운영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자본을 투자한 기업가는 이윤 추구가 주목적이었으므로 생산 가격은 될 수 있는 한 낮게 판매 가격은 높게 해야 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노동의 값을 헐하게 지불하려는 것이 기업가들의 자연적 경향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노동자의 생활 환경을 기아를 겨우 면할 수 있도록 하기에 이르었고 노동자의 생명이 기업가들에 의해 좌우되도록 했던 것이다. 기업가는 노동자를 인간으로서 평가하기보다 노동 가치로서만 평가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교황 레오 13세의 회칙「레룸 노바룸」을 통해 노동자와 노동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즉 노동자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과 노동자는 자기의 인간적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서 뭉쳐야 하고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권력과 금력을 보유하는 기업가 앞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노동자는 그 힘을 뭉침으로써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노동운동이며 노동운동은 노동조합으로써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역사는 길고도 험난한 것이었다. 인간으로서 인간의 권리를 인간에게서 회복해 낸다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노동운동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이며 혈투의 역사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각종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노동운동이 없는 노동조합이다.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인지 대부분이 기업가를 위한 노동조합인지 그렇지 않으면 노동조합 자체를을 위한 노동조합인지 그 목적이 애매하다. 노동운동은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소산이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JOC가 지난 6월 13일 태광산업 서울쉐타공장에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을 쌍수로 환영한다. 이것은 정말 JOC 투사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보며 교회의 사회 참여를 이룩한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교회는 단상에서 원리 원칙을 가르치고 성사를 집행함으로써 제 사명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그 여건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노동계에 있어서 교회가 할 일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올바른 노동운동을 전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20세기 후반기에 한국 교회가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올바른 노동운동을 전개할 것인가.
첫째는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노동운동에도 정신적인 기반이 있어야 한다. 가톨릭 정신으로 기존하는 노동조합을 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을 볼 때 이념과 사상의 결핍이 현저하다. 우리는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의 중요성을 의식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과 사랑의 정신으로 노동운동을 전개해 가야 할 것이다. 가톨릭은 노동조합에 침투하여 소금과 누룩의 역할을 명실상부하게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가톨릭 정신에 투철해야 한다. 신앙을 연구하고 신심을 실천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노동운동을 활기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지금까지의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서 기업가에게 항쟁하는 것을 주로 해왔다.
그래서 기업가는 노동조합을 무조건 백안시하고 악선전해 왔다. 물론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권익 옹호를 위해 활발히 움직여야 하겠지만 기업 자체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하고 또 자기 의무를 완수할 줄도 알아야 한다. 기업은 공동선이다. 그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자신이 희생해야 한다면 사랑의 정신으로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 요는 노동운동은 노동자 자신의 계통과 교육을 소홀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양 없이 뭉친 노동자는 사회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 JOC가 본래 목적한 바와 같이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교육에 전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노동조합의 힘은 단결이라고는 하나 상호 신의 없는 단결이 아니라 서로 믿고 의지하는 단결이라야 한다. 노동자 상호간의 이해관계 조절을 위한 노동조합은 하루 빨리 불식해야 한다. 여기에서도 마지막으로 흔히 보는 현상이기는 하나 우리가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노동자로 있을 때 노동운동을 올바르게 전개하던 사람이 노동조합의 간부가 되면 노동자를 경멸하고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수가 있다. JOC 투사는 한 사람도 이러한 과오를 범하지 않길 바라는 바이다.
태광산업 서울쉐타공장 노동조합의 발전과 성공을 비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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