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 부산 미문화원방화사건에 연루된 원주교구 최기식 신부의 구속 처벌을 둘러싸고 교회법과 실정법의 충돌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생한지 7년 만에 또 다시 서경원 의원 방북사선과 관련,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일부 성직자들이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의 협의로 조사받는 등 교회법과 실정법의 충돌이 재현돼 교회내외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82년 당시 정부 당국은 미문화원방화사건을 일으킨 김현장씨 등을 숨겨준 최 신부에게 국가보안법과 형법상「범인은닉죄」를 적용했고, 교회는 교회법 제1179조 「교회는 은신처를 제공할 권리를 갖는다」는 비호권과「성직자의 양심에 따른 결정」등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사법당국은 우리나라의 실정법 체계하에서 교회법은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다며 최 신부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똑같은 보안법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남북한 관계뿐 아니라 국내와 정세 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정부당국은 김수환 추기경과 일부성직자에게까지 간첩에게나 적용시킬 수 있는 국가보안법을 마치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처럼 휘두르고 있어 교회와 양식 있는 국민들의 큰 우려를 사고 있다.
이번 케이스는 「고백성사 밖에도 비밀이 있다」는 교회법 제130조의 성직자 비밀준수 의무를 국가보안법상 범죄사실을 알면서 신고하지 않은데 따른 「불고지죄」를 적용시키려는 데서 빚어지고 있다.
교회법 실체 백안시
그런데 지난 7월 7일과 8일 김 추기경을 비롯 함세웅, 장익, 문정현, 정호경, 김승오 신부 등은 서울대교구청과 제3의 장소에서 안기부 수사관들의 조사에 응했다.
비록 이들은 이번 사태해결에 도움을 주기위해 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정부당국이 가톨릭교회 성직자의 고유의 직무와 교회법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앞으로 이에 대한 정부 측의 태도결정이 주목되고 있다.
물론 한겨레신문 윤재걸 기자의 「취재원 비밀권」을 정부 당국이 불고지죄를 적용시키는 것도 재고돼야겠지만 이 경우 교회법과 실정법과의 문제와는 다르다
한마디로 정부당국의 입장에서 볼 때 가톨릭교회법은 문공부에 등록된 종교단체의 내부규약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헌법에 대한민국법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형식법 논리적으로 볼 때 가톨릭교회법은 실정법과 상충되는 경우 적용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가톨릭교회의 속성과 국제법상의 지위를 전연 생각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가톨릭교회△영토주권과△대인주권을 동시에 가지는△국제법상의 권리의 주체인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바티깐은 하나의 주권국가이며 전세계 1백여 국가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다. 바티깐의 재치권은 서울의 중구만한 「바티깐시국」이라는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 9억여 명의 모든 가톨릭신자에게 미친다는 점에서 특이한 구조를 갖는다.
또 이탈리아ㆍ스페인ㆍ포르투갈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은 바티깐과 「콘코다트」(Concrdat)라는 국제법상의 조약을 맺으며 가톨릭교회의 법적인 지위를 보장하고 있어 교회가 국제법상의 권리의 주체인 점이 명백해지고 있다.
그런데 조약의 당사자는 바티깐시국이 아니라는 점이 주요하다. 바로 전세계 가톨릭교회라는 것이다.
독일의 저명한 법학자 메츠(Metz)는『어떤 국가가 교황청에 외교관을 파견하거나 성좌와 정교협정을 맺는 것은 그 국가가 교황을 현세적 주권자 또는 바티깐시국의 원수로서가 아니라 전세계 가톨릭교회의 머리요 눈으로서 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 근거는 가톨릭교회의 지일성(至一性)에서 당연히 나오는 것이다.
한편 우리 헌법상(제5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국제 관습법과 각종 국제조약 등의 제정에도 가톨릭교회가 적극 참여하고 있어 그 국제법상의 지위는 두드러지고 있다. 교회는 「만국우편협약」「난민의 지위에 관한 조약」「해양법회의」(1977년)등에 주도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교회법존중해야
우리나라의 경우 바티깐과 정교조약을 맺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회법의 지위가 명확히 보장되지는 못하지만 바티깐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으므로 정부는 그 국제법상의 지위와 가톨릭교회의 세계 보편성을 고려, 교회법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불고지죄」는 세계문명 각국에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악법」이다. 거기에다 정부ㆍ민정단 측에서 조차 작년 11월 개정안을 내놓는 등 그 개폐를 둘러싸고 각계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만큼 가능하면 적용하지 않거나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다.
교회내 저항움직임
김 추기경과 성직자들에 대한 이 죄의 적용여부는 7월 15일 이후 결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미 정평위ㆍ정의구현사제단ㆍ정의구현전국연합 등은 5일 성명서를 내고 불고지죄 무분별 적용 땐 적극저항 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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