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부숴버리고 가게도 못하게 하면 어떻게 살라고 하는겁니까』
최근 정부의 강력한 노점상 단속에 대항, 명동성당 입구에서는 연3일간 4백여 명의 노점상들이 모여 항의 집회를 가졌다.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아주머니나 머리에 신문지를 덮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 아저씨나 그 몸짓에는 한 결 같이 분노와 생존의 절박함이 나타나 있었다.
『아무리 미관상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런 대책 없이 규제만 하면 위들은 어디 가서 어떻게 먹고 살라는 얘깁니까. 눈에 보기 좋고 보행하기가 좀 편리한 것이 먹고 사는 것 보다 더 중요합니까』
너무 많이 구호를 외쳐서 목이 쉰 한 아주머니가 이렇게 말하자 옆에 있던 초로의 아저씨는 지친 표정으로『말로만 서민정책 서민정책하지 나는 항상 피해만 입어왔어. 얼마 전에는 사는 집이 무허가라고 내쫓더니 이제는 살길마저 끊어. 에그, 돈 없는 게 죄지』라며 신세한탄을 했다.
구호를 외치고 집회를 시작한지 서너 시간이 지나도 이들이 외치는 함성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학생시위나 정치집회가 이 자리에서 그렇게 많이 있었지만 이들처럼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는 구호는 보지 못했다는 것이 이들의 집회를 지켜보던 이들의 공통된 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함성이 커지자 명동성당 축에서『성당은 기도하는 장소이지 시위하는 장소가 아니다』라는 요지의 간곡한 방송을 흘려보냈다.
방송이 나오자 뜨거운 뙤약볕 아래 고개를 숙이고 후미에 앉아 묵주반지를 돌리고 있던 젊은 아주머니가 방송에도 상관없이 계속 구호를 외치는 다른 노점상들과는 달리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들 똑같애. 정부나 성당이나 모두 가진 사람들의 편이야』라고.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명동성당 측의 시위자들에 대한 잇따른 방송과 성당에 대한 기대가 어긋나 불평하는 이들 간의 갈등이 과연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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