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에서의 안전피임」 화려한 여성지 책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제목중 하나다. 「바캉스 완벽 피임법」 역시 또 다른 여성지 7월호 표지 제목이다.
일부 여성지들의 문제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의 이들 잡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해도 너무한단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한결 같이 화려하게 원색으로 뒤범벅이 된 컬러화보들, 전체분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상품광고ㆍ광고로 메꾸어 진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과연 광고지인지 여성지인지 분간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잡지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컬러화보의 경우 90%가 광고로 채워져 있고 이들 광고내용들은 소비와 사치를 부채질 하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연예가소식, 인기인 동정들도 한결 같이 뒷소식이 큰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물론 독자들의 알 권리(?)와 언론의 알릴 권리(?)에 준해 제작됐다면 할 말은 없으나 이들 여성지를 보고 있자면 알 권리와 알릴 권리에도 한계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연예계소식ㆍ인기인 동정을 눈요기감으로 싣다 보니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대부분이고 그 내용들도 거의 음성적 관계나 삼각관계에 얽힌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 중 낫다고 여겨지는 수기류, 르뽀 기사도 예외는 아니다. 순결을 빼앗기고 인권을 짓밟히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이 또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성들뿐만 아니라 청소년계층을 포함,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있는 여성잡지 속에 미혼여성들을 겨냥한「바캉스 완벽 피임법」「피서지에서의 안전피임법」등이 제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상들이 몰고 올 역기능을 생각한다면 개방화시대를 거쳐야하는 하나의 물결이라고 넘겨버릴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지들의 흐름이 이처럼 향락주의, 소비주의를 부채질하고 윤리ㆍ도덕문제를 경계선 없이 뛰어넘는다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성범죄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문제를 쉽게 극복할 수 없을 것은 분명하다. 날로 심각해지는 계층 간의 갈등을 좁혀가기는 더더욱 힘들 것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무책임한 내용들로 여성자체를 상품화하고 있는 이런 여성지가 어떻게 걸림돌 없이 버젓이 판매될 수 있을까. 여성의 존엄을 철저히 무시하고 파괴하는 기사내용들이 이렇게 건재할 수 있단 현실은 이미 향락주의에 적셔진 우리 사회의 병폐, 그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이 땅의 수많은 여성들은 무엇하고 있는 것일까. 여성의 존엄ㆍ인권과 가정의 중요성을 부르짖어온 여성단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름답고 건강한 여성들의 창조적이고 활동적인 이야기는 바로 여성 자신들이 만들어내야 하는 몫이다. 여성의 존엄은 주어지는 것이 마땅하지만 여성 스스로 찾고 길러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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