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 평신도사도직중앙형의회는 지난 1일 부산에서 제5차 정기총회를 갖고 회장단을 개선하고 73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내년도 주요사업으로 시성운동 전개와 사회 정화를 위한 계몽ㆍ선전ㆍ일치운동 등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이때에 한국 평신도 사도직의 과거는 어떠했으며 현재는 어디까지 왔으며 또 미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먼저 평신도 사도직의 본질에 관해서는 새삼스레 여기서 논급할 필요는 없겠으나 다만 이 문제가 크게 등장한 것은 제2차「바티깐」공지회였고 또 그것을 정식으로 결정 공포한 것이 바로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므로 평신도 사도직의 력사적 관찰에 있어서 공의회 이전을 과거로 보고 공의회 후 오늘까지를 현재로 치고 이제부터 앞날을 미래로 잡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과거에 있어서의 한국 교회는 평신도 사도직이란 관념은 거의 없었다. 사도직이라면 으레 성직자의 전속 임무로만 알고 있었지 평신도에게 어찌 감히 사도직이란 칭호를 붙일 수 있겠는가 하는 정도의 사상이었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은 주로 자기 개인의 수계 범절을 잘 지키며 각자의 영혼 구하는 데 열중했을 뿐이고 교회의 사명을 다하는 모든 사도직은 일체 성직자에게 일임하는 관습이 이루어지고 말았다. 따라서 평신도 가운데 교회 안의 일을 성실히 돌보거나 전교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이것을 자기 고유의 사명에서 하는 자신의 사도직인 줄을 모르고 오로지 성직자를 도와 주는「덤」의 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이다. 다시 말해서 이 시대에는 평신도는 자기 고유의 사도직을 깨닫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실지로는 행하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사도직임을 인지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것이 10년 전 62년부터시작된 제2차「바티깐」공의회에서 평신도 사도직의 본질ㆍ성격과 필요성과 다양성에 관하여 명확한 천명을 하면서「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을 발포하였다. 이는 실로 2천년 교회 사상 획기적인 처사로서 교회와 세상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그 결과로서 우리나라에서도 평신도 중 일부 지식층에서 평신도의 사명감과 사도직 활동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구체적인 활동 방법을 모색하기도 하고 실천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파문도 없지 않았다. 즉 평신도 측에서는 아직도 교령의 근본정신과 방법론에 대한 충분한 사전 이해가 없이 바로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활동에 뛰어드는 일들이 없지 않았고 한편 성직자 측에서는 평신도들의 급변하는 활동의 양상을 마치 성직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이와 같이 교령이 발표된 지 근 10년이 되는 오늘날의 현재는 아직도 평신도의 사도직 활동은 여러 의미에서 본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각종의 사도직 단체가 결성되었고 또 그들의 협의체도 형성되기도 하였고 특히 전국적인 중앙협지회도 결성된 지 이미 5개 성상을 지났지만 그간의 실적을 볼 때 별로 뚜렷한 성과를 나타냈다고 할 만한 것을 들 수 없다. 즉 처음부터 교구별 협의체의 조직ㆍ교세 배가ㆍ교회 출판물 보급운동 등등의 사업 구호를 내걸어 왔으나 이렇다할 만한 실적을 보이지 못하고 고작해야 일 년에 한 번 있는「평신도의 날」을 행사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그 원인이 역시 성직자 측과 평신도 측에 다같이 있다고 본다. 각 교구의 주교나 전체적으로 주교회의에서나 각 본당의 주임신부들을 막론하고 (예외 있지만) 평신도 사도직에 관해서 이를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육성하려는 숙의와 노력이 부족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각 교구별 사도직 단체의 조직이나 그 협의체의 결성 및 지도 등에서 전체적 일관성이 결여되어 평신도들로 하여금 사도직 활동에 대한 교회의 통일된 지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평신도 측에서도 단체의 조직면에만 너무 성급하게 서둘은 나머지 구체적인 알맹이있는 활동을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평신도 지도층과 성직자와의 불협화를 초래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그러므로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평신도 사도직」이란 근본 개념에 대한 이해 내지 계몽운동을 전개해야 되겠다. 10년 전에 이미 이 문제부터 시작했어야 할 것이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이 시대에 있어서의 교회의 근본 사명과 평신도 사도직의 참뜻을 일깨워 주는 신자 전반에 대한 기본적 재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각종 양태의 평신도 사도직에 대한 특수교육도 수반되어야 하겠다. 또 한편으로는 성직자 측에서도 평신도의 사도직에 대한 투철한 이해와 지도 방법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연구가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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