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흔히들 매스콤의 시대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날마다 수천만 부씩의 신문 잡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망은 세계 거의 전역에 자리잡고 있어 각 곳에서 일어나는 매순간마다의 사건을 알려줄 뿐 아니라 인간생활에 유익한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야말로 현대 매스미디어의 혜택 없이 하루도 살기 어려운 것이 현대인의 생활이다. 그때문에 교회도 제2차「바티깐」공의회를 통해 가톨릭 매스미디어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였음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가톨릭시보 823호「반사경」란에서 가톨릭 간행물이 가끔 보급 제한 및 금지를 당할 뿐 아니라 모교구에서는 자기 교구에 불리한 기사가 실렸다는 이유로 배달을 중지시킨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유감을 감출 길 없었다.
옛말에『동냥을 못 주거든 쪽박이나 깨지 말라』는 말이 있다. 빈약한 한국 가톨릭 언론을 적극 도와 주지는 못할지언정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여 그와 같이 아름답지 못한 추태를 빚었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당사자의 교회 내 직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는 분명 권리 남용이며 자기에게 주어지지도 않은 권리를 졸렬하게 사용한 월권 행위임에 틀림없다. 혹 기사 내용에 오류가 있거나 명예 훼손에 관계되는 문제라면 그 책임을 편집 책임자에게 추궁하는 것은 가하겠으나 배달을 중지시킨다는 것은 몰상식하고 언어 도단의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산주의 독재 국가를 제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 창달이 얼마나 중대하고 필요한 것인지는 너무나 잘 아는 일이다. 그때문에 미국 모대통령은『정치 없는 국가는 원할지언정 신문 없는 국가는 원치 않는다』고까지 말한 적이 있는데 언론 창달을 막는 것은 곧 독재정치를 낳고 자유민주주의 국가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아무리 학벌이 좋고 풍부한 지식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정치 경제 사회 과학 문화 등 모든 학문에 다능하기란 거의 힘든 일이다.
그런데 어떤 단체의 책임자일수록 그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선 알수록 더 알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지식을 폭넓게 받아들여 단체를 이끌어야 진보와 발전이 따르게 마련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흔자서 수천 권의 책을 읽어 지식을 쌓기에는 시대가 너무 빨리 흐르고 만다. 우리는 이를 매일매일 매스미디어를 통해 얻을 수 있고 또 얻고 있다.
그러므로 나날이 출판되는 신문 잡지는 마치 육신이 살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해 주듯 우리들의 생활에 절대 필요불가결한 정신의 친구이며 안내자이다. 신문을 받아 긁은 글자로 된 제목이나 몇 군데 훑어보고 사설 논설 등의 중요 부분은 아예 외면한 채『날마다 같은 소리! 아무 것두 볼 것 없다』고 버리는 식의 소위 지도자는 시대 변천에 병행할 수 없는 낙오자가 되고 말 것이 분명하다.
일일신(日日新) 즉 사람은 날로 새로워져야 한다는 명언과도 같이 참다운 지도자란 항상 새로운 뉴스와 시사문제와 지식에 밝아야 능력 있고 자격 있는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충성된 말이 귀에는 거슬리나 행실에는 유익하다』는 옛말처럼 듣기 싫다고 해서 친구의 충언이나 조언을 거부하는 바보는 스스로 자멸을 재촉할 뿐이라고 본다.
그때문에 시대적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문 잡지 등을 열심으로 읽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현명한 지도자가 돼야 할 줄 안다.
정의와 자유와 번영을 표방하는 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 원수로서 신문을 보지 않는다면 그는 이미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미구에 정치적 생명마저 희생 당하고 만다.
매스미디어를 통하지 않고 어떻게 내외 사정을 알 수 있으며 올바르고 정당한 지도를 할 수 있겠는가?
교회 책임자들은 교회의 정확한 진로와 현시대에 동떨어지지 않는 교회 발전 및 사명 완수를 위해 특히 교회 언론인들의 충고와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될 줄 믿는다. 이들의 충고를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여 교회 출판물을 거부하는 태도는 분명 오히려 교회 발전은 고사하고 그 발전을 저해시키는 암적 요소로 등장, 자신은 물론 수많은 양떼까지도 파멸의 길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될 것이다.
특히 교회 지도자들은『가톨릭 언론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나의 가슴 십자가까지 기꺼이 팔겠다』던 고황 삐오 10세의 말씀을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반성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느껴 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