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겨레의 염원과 희망으로 문을 열었던 남ㆍ북 적십자 예비회담을 모두 끝내고 4반세기에 또 하나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할 본회담이 8월 30일과 9월 13일에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열리게 되었단다.
인내와 성실을 바탕으로 그동안 예비회담에서 겪었던 애로와 실망 때로는 힘겨운 일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생각하면서『우리는 과연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를 묻고싶다.
하시딤 도사(HASSIDIC MASTER)의 신봉자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당신은 왜 도사님의 말씀을 들으러 갑니까? 도사의 지혜로운 말씀을 듣고 싶어서입니까?』曰『아, 아니오, 나는 도사께서 구두끈을 대체 어떻게 매시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가는 겁니다』물론 구두끈을 매는 것을 보러 가서 지혜스러운 말을 듣고 보다 중요한 관심사가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다면 이보다 다행스런 일이 있을까? 물론 남ㆍ북 적십자 회담이「인도주의」라는 인간 본연의 공통 관심사위에서 시작되고 그것을 목적으로 본회의가 개최되는 줄 알지만 예비회담을 통해서 느껴지는 북한 측의 태도는 구두끈을 어떻게 매느냐를 보기 위해서 오는 느낌을 받는다.
예비회담의 과정이 어떠했든 간에 피르 수도원장의 말대로『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신앙을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고 있는지 못한 자의 차이가아니라 관심을 가지는 자와 가지지 않은 자의 차이인 것으로 보아』관심의 도는 희망을 더한층 불러일으킨다고 보아야겠다.
이렇게 보아 여기 희망이라 함은 희망이 없는 상황일수록 희망의 필요성과 긴박성이 더해가는 것이 곧 희망의 필요성과 긴박성이 더해가는 것이 곧 희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에릭프롬이 말했듯이 사회를 보다 활동성 있게 그리고 그 자체의 존재를 더욱 잘 의식하면서 이성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방향으로 변혁시켜 보려는 경우에는 언제나 희망이라는 것이 하나의 결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리라. 따라서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욕구(DESIRES)나 소망(WISHES)을 갖는다는 것과는 구분된다. 만일 그렇다면 승용차를, 보다 많은 재물을 가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희망을 가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종교적인 의미에서 구원, 정치적인 의미에서의 혁명, 그의 알찬 생활, 8ㆍ3 성명의 성공이라고 한다면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에릭프롬의 말에 의하면『어떤 일이 일어날 때까지 행동을 억누르고 기다리는』심정이 있다면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고 한다. 이런 희망이란 체념을 위장한 것으로「희망의 소의」라고 할 만한 것이다. 아마, 이런 이유로 카알 라너 신학자는「자유의 장」아래서 미래를 진지하게 추구하는 그리스도교와 마르크스주의자와의 대화를 강조하고 피할 수 없는 난관을 긍정하면서 아무리 좋은 조건 아래에서도 단순히 이론의 결과로서가 아니라「실천」의 소산을 역설하면서「실천」은 기다리지 않고 변혁시킨다는 요소를 포함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당면한 본희담에 앞서 가져보는 희망이란 개량주의나 모험주의도 아니고 미래에 대해서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며 설령 일생 동안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결코 절망적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희망이란 마치 웅크린 자세를 취하고있는 호랑이와 같은 것으로 덤벼둘 순간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덤벼드는 것. 생명과 성장에 따르는 존재의 상태라고 정의했던 에릭프롬의 사상 근저를 생각하며 인도적이라는 인간 존엄성을 주장할 수 있는 가능성 앞에 피할 수 없는 권리로서 본회담을 지켜보면서 민주 역량의 힘을 기르고 인도를 가르치고 인간 존엄성의 근본을 가르치는 교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 수 없을까? 희망을 거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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