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2년 전에 우리 교회 내에서 보잘 것 없이 시작된 신용협동조합운동이 이제 전국적으로 650여 개의 조합과 12만여 명의 조합원을 가진 방대한 조직으로 발전하였고 이 운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신용협동조합법이 제정공포된 데 대하여 전국조합원에게 충심으로 축하를 드리는 바이다. 특히 이 법의 입법
과정을 보면 과거 12년간 조합과 연합회를 운영해본 경험을 토대로 조합 지도자들에 의해서 추진되었다는 점이 다른 입법 추진 과정과 크게 다르며 따라서 다른 종류의 협동조합법에 비하여 가장 민주적이고 상향식 운영 방식을 목표로 한 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협법의 제정을 계기로 한국 신용협동조합운동은 새로운 발전 단계에 접어들게 되었다. 즉 임의조직인 신용조합은 특별법에 의 법인격을 갖추게 되었으며 따라서 대내외적인 공신력이 높아질 것이고 조합원이 저축한 돈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다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신용협동조합법의 내용을 보면 조합 및 연합회의 업무 내용이 다양하여 여수신업무뿐만 아니라 조합원을 위한 공제사업과 지역사회 개발사업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이 법을 잘만 운용하면 신협운동은 서민 대중의 생활 향상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어떤 일의 성패는 법이나 제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운용하는 사람의 인격과 능력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극히 평범한 진리를 이 법을 운용할 정부 당국과 신협 지도자들에게 환기시킴과 동시에 신조운동의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더욱 수발해 주기 바란다. 특히 신협법에서 보장한 여러 가지 보호 조치 내지 특전과 신협연합회의 서어비스 때문에 이 운동은 량적으로 급격한 팽창을 가져올 것이고 거의 모든 교회와 직장이 신협 조직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으로 인하여 질이 조금이라도 떨어져서는 안 되며 실적위주로 이 운동을 전개한 나머지 단순한 경제 단체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지도자의 각별한 배려와 용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신심단체도 아닌 신용협동조합을 가톨릭교회가 초창기부터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지원육성하여 온 것은 신협운동이 가톨릭 사회교의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의 하나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며 그동안 이 운동을 통하여「사회 속의 교회」「대중 안에서의 교회」여야 하다는「바티깐」공의회의 가르침을 일부나마 현실하였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조합의 공동뉴대별 분포로 보나 신협법의 사회성으로 보아 교회운동의 테두리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신용협동조합 연합회를 중심으로 범종교적 그리고 범국민운동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 교회의 역할은 어떠한 것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교회 내지 신자들은 거름과 소금의 역할을 겸하여야 한다. 즉
경제단체와 정신단체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신용협동조합을 빨리 성장시키기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물심양면의 지원으로 거름이 되어 주어야 하는 동시에 이 운동이 썩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마음의 양식과 소금을 계속해서 공급해 주어야 하겠다. 특히 신협정신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이 운동을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하여는 평신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히 요망된다. 그리고 금반 신협법의 제정으로 신협운동이 온 국민을 위한 대중운동으로 문호가 개방된 이상 본당마다 조합을 조직함은 물론 공동뉴대를 과감히 넓혀 지역사회 조합의 중심이 되도록 우리 교회의 폭 넓은 포용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고 믿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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