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무엇에 쫓기는지 모르지만 하루일과가 숨 가쁘게 돌아가는 것이 오늘의 삶인가 보다. 우리 어릴 적에는 먹을 것은 없어도 마루에 누우면 파리가 그 위를 활주로로 마음 놓고 이용해도 아랑곳없이 늘어지게 잠을 자던 때이다. 한마디로 여유가 있었다. 지금은 아무리 졸려도 배 내놓고 잘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다들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니까? ….
이번 일요일도 혹시나 주일미사 못할까봐 토요특전미사에 참례하려고 어느 성당을 찾았다. 마침 중고생들을 위한 미사이기도 해서인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미사 중에 신부님은 아마 학생교리에 불참한 학생들을 따끔하게 자극을 주어 잘 이끌려는 의도로 불참자들을 불러 세우고 교리상식을 묻기 시작하신 것 같은데, 질문이 어려웠던지 모두 대답을 못하고 묵묵히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다.
신부님이 격앙된 어조로 계속 추궁하시자 한 학생이 불쑥 『신부님,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서 창피를 주면 어찌합니까』하고 소리친다. 우리네 자랄 때 같으면 신부님께서 공소순방 때 찰고(擦考)일명 문답에 낙제점이면 종아리 걷고 회초리 맞아도 항변 한번 못했다. 변해도 많이 변했구나싶어, 이것저것 헤아려본다. 내가 입는 옷, 구두, 집, 아이스크림, 기차 등 안 변한 게 없다고 중얼거리고 있는데 신부님이 큰소리로 『부끄러운 줄은 아는군』하시자 그 아이는 두말없이 성당을 나가버린다.
이렇게 아이는 변하고 있는데 어른이 변하지 않아서 잘못된 것일까. 그 아이는 이제 성당에 나오기가 거북하리라.
성당은 언제나 고요하고 편한 마음으로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어떠한 이유로든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불편하다면 하느님과 진정으로 대화할 수 없다고 본다.
변해버린 세대의 항변도 무섭고, 조금은 변한 부드러움도 아쉽지만은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감히….
창피한 줄을 아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나 자신의 창피함보다 하늘을 우러러 창피한 줄을 알았다면 저와 같은 아이도 지금처럼 시끄러운 세상도 맞이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변하다간 너도 나도 원숭이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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