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고향방문을 협의했는데 성가대연습을 서둘지 말라고 한다. 어른이 앞으로 추진할 것이다』이 말을 글자 그대로 읽어보면 도대체 뜻도 통하지 않고 앞뒤의 말이 연결되지도 않는다. 한국인이 한국말을 읽고도 뜻이 통하지 않으면 무엇인가 잘못돼있음이 분명하다. 「고향방문」을 얘기했는데 얼토당토않게도 「성가대연습」을 서둘지 말라니 해괴망측한 말로 볼 수밖에 없다. 지면이 뚫어지도록 쳐다보고 수십 번 수백 번을 읽고 또 읽어도 뜻은 통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국가안전기획부가 이 말의 뜻을 이렇게 풀이해주고 있다.『김수환 추기경의 방북(訪北)을 협의했는데 방북추진을 서둘지 말라고 한다』그러니까 「어른」은 「김 추기경」을 「고향방문」은 「방북」을 그리고 「성가대연습」은 「방북추진」으로 말을 바꾸어 사용했기에 그 말뜻을 아는 사람 이외는 뜻이 통할 리 만무하다. 흔히 음어(陰語)로 불리는 이 낱말들은 간첩혐의를 받고 있는 서경원 의원이 북한 공작원들과 비밀리에 주고받은 말들이란다 ▼음어는 또 있다. 「자금(資金)」은 「위장약」으로, 「북한공작원」은 「신부」로, 「미화1천불」은 「성경책1권」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여기서 참으로 경악스럽고 분노를 억누를 수 없는 것은 왜 음어의 대부분이 우리 가톨릭교회의 용어들로 구성돼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로 인해 우리교회가 입는 피해는 실로 엄청날 수도 있다. ▼항간에는 이번 서 의원 사건을 두고 교회를 비방하는 소리가 높다고 한다. 그 사람이 과연 천주교신자인가하는 의문에서부터 어째서 천주교신자가 내연의 처를 둘 수 있는가고 강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밀밭에는 가라지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를 쉽게 가라지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의 언동이 교회에 위해를 가했다면 책임은 그 자신에게 한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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