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번역을 위한 첫 모임이 7월 4일 광주 예수고난회 명상의 집에서 개최됐다는 소식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말로 옮기는 대장정의 첫걸음이라 할 구약성서 번역작업은 한 여름날 무더위를 말끔히 가셔줄만한 낭보중의 낭보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천주교회의 성서학자ㆍ전문가들이 총동원되어 진행될 「구약성서 번역」은 2백년 한국교회역사상 교회의 공식적인 기구가 중심이 되어 펼치는 권위 있는 작업이란 점에서 그 이미는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국천주교회의 성서국역(聖書國譯)역사는 교회창설 직후인 17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지난 2백년간 한국천주교회의 성서번역은 1세기나 늦게 우리나라에 들어온 개신교의 활발한 성서번역 작업에 비해볼 때 빈약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구약의 경우 전권이 완역된 적은 없었고 68년 개신교와 일치운동의 일환으로 착수, 77년 간행된「신구약 공동번역성서」가 유일한 구약성서완역본이었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성서위원회」가 시도하는 구약성서 번역작업은 한국교회 성서번역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대장정이라 평가해도 손색이 없으리라는 진단이 가능하다 하겠다.
물론 성서번역작업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이 된다.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말로 옮기는 이 작업은 우선 원문에 충실해야한다는 대원칙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번역자들의 고충이 따를 것이고 또 이를 위해서는 반복되는 독회작업을 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성서위원회가 담당해야할 몫이긴 하지만 이번 구약성서 번역은 전교회가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기도의 성원과 더불어 재정적이 뒷받침도 함께 보내야 마땅할 것이다.
성서번역은 하느님의 말씀을 그 나라 말로 옮기는 작업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말로 정확히 알아듣는 것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있어 기본이 되어야 하는 요소이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들에게 주시고자하는 메시지를 오류 없이 받아들이고 이를 삶으로 사는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교회는 세계가 놀랄 만큼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눈부신 성장이지만 이 성장은 완벽한(?)성장이 못 된다는 게 뜻있는 이들의 평가이기도하다. 외형적 성장이 눈부신 만큼 내적인 성숙이 뒤따르지 못한다는 것도 많은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흔히 「영성부족」이라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논의되고 있다.
바티깐공의회 이후 우리교회에는 복음의 토착화문제나 간헐적으로나마 제시되어왔고 지금도 과제로 남아있다. 부족한 영성을 채우고 복음의 토착화를 이루는 길은 성서의 우리말 번역의 다양함으로 쉽게 열릴 수 있다.
한국천주교회가 의지를 가지고 출범하는 「구약성서번역」작업은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 관심과 격려를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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