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은 방해물이 없으면 그대로 흐른다. 둑이 있으면 물은 둑을 채운다. 둑을 채우고 나면 물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수로가 굽은 곳에서는 물은 굽이쳐 흐른다. 수풀이 우거진 산하에선 맑은 물이 흐르고 헐벗은 산하에는 흙탕물이 흐른다. 강우량이 많으면 홍수가 난다. 이건 누구나 알고 있는 하나의 상식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같은 상식적인 물의 성질을 인간은 종종 까맣게 잊어 버리거나 무시해 버리는 수가 많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한 방울의 물이 바위돌을 뚫고 쇠붙이를 녹인다는 사실을 생각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도시계획이나 개발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길 때 이 같은「상식」과 물의「힘」을 과소평가하는 수가 흔하다. 자연을 정복한다고 열을 올리다가 자연을 제대로「이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수해도 물의 위력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물의 성질을 무시하지 않았던들 피해는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더욱 가슴 아픈 현실은 피해를 많이 입은 사람은 역시 서민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우박은 가난한 농부의 발에만 떨어진다」더니 이 무슨 변고인가. 그렇다고 수재민들이 탄식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신이 우리에게 절망을 주는 것은 우리를 죽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생명을 자각시키기 위함」이라는 헤르만 헤세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긍정적인 자세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 파괴된 것을 재건해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또 생각해야 한다. 수해와 더불어 연례행사처럼 겪는 旱害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번 가뭄 때 지하수를 얻기 위해 서둘러 파놓은 우물들이 지금도 사용할 수 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집중폭우가 쏟아지던 바로 그때 서울시가 2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시설해 놓은 7개 유수지 펌프가 전혀 가동치 못한 경험이 있지 않는가. ▲이건 홍수와 직접 관계가 없는 얘기지만 차제에 우리는 물을 알아야겠고 평소에 한없이 약한 것 같은 그 겸손을 배워야겠다. 둑이 있으면 둑을 채우고 둑을 채우고 나면 다시 흐르는 물의 끈기를 본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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