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길도 물어가라』참으로 좋은 교훈이다. 더더군다나 모르는 길을 가야 할 때 또는 전인미도의 경지에서 개척자로서 그 소임을 다해야 할 때 의지할 것이라고는 몸에 가진 콤파스나 손에 쥔 작지뿐일 때 양식과 의지력만으로서 불안을 느낄 때 지도자의 안내가 절실히 요망된다. 이것은 가장 초보적인 이론이고 교과서로 말하면 제1과에 속하는 말들이다. 그런데 인간사 앞면과 뒷면이 있고 뒷골목의 또 그 뒷골목이 있어 콤플렉스가 얽히고 설켜 나간다. 지도자 가운데에는 거짓 지도자가 확실히 있기는 있는데 아무도「나는 거짓 지도자요」라는 간판을 붙이지 않으니 더욱 더 미묘해진다.
자타가 거짓 지도자로 인정한다면 확연하게 분류 판정도 되련만 소위「슈도」급이 있다. 본인은 지성껏 정력을 다해서 지도자 연하고 있지만 무지와 미련의 소치로 진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리에게 무엇을 묻거나 상의에 응하다가는 기다리던 올가미에 걸려드는 법이다.
진짜와 가짜의 중간을 맴돌고 있는데 국가 사회에 오히려 해독을 끼치는 무리가 있다. 차라리 이들에게 아무 것도 묻지 말고 꼬박꼬박 내 갈 길을 걸었더라면 싶을 때가 있다. 몇 해 전에 경남 동래읍에 우장춘 박사가 씨 없는 수박을 개발 운운하는 얘기를 듣고 부산에 갔던 길에 그 농장 구경을 하기로 했다. 일행이 농장 문에 들어서자 안내원이 나왔다.『우 박사로 말하면 일본 국내에서 국보적 존재로 대마도와 맞바꾸자는 분으로 이 대통령께서 교섭하여 대마도 대신 맞이한 분이며 운
운…』하는 데에 기가 막혀 구경의 생의는 천리만리 달아나고 되돌아선 기억이 있다. 근자 남북적 제일차 본회담에서 북쪽의 소위「사회 단체 대표단의 축사」를 보라. 그 문제가 예비회담 때 북쪽의 제안으로 거논된 바는 있지만 보류거리로 처리된 것인데『좀 실례합시다』식으로 스케줄에 없는 장면이 튀어나왔다. 백번 천번 같은 말을 되풀이해 봤자 백해무일익인데 미련과 우둔의 연속극이 재삼 연출된다. 진짜 그 자리에서 듣는 사람의 귀는『네가 무어라 하든 본회담과는 무관』이라는 대전제이고 이산가족의 슬픔을 풀어 주기 위한 일념뿐이고 그 일념 달성을 위해서 참을 수 없는 것을 참고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고 있는 것뿐인데「위대한 수령」이 하관인가. 더욱더 최근의 일로는 올림픽 선수촌의「파」게릴라 침입 소행을 보라. 올림픽 출전 선수가 가진 권한과 권력의 일부를 내놓으라고 강요했다면 이야기는 통한다.
교회 내에도 열심 동정녀 가운데에는 동정녀에게 독특한 신학을 가진 분이 더러 있어서 또 회장은 회장 신학을 가진 분이 간혹 있어서 모처럼 평신도가 애써서 인도한 초신자를 여지 없이 후들겨 보내는 일이 없지 않다고 본다. 이 모든 것이 누구의 죄일까?
일제 때에 광복운동을 하던 분들이 해방과 더불어 정치가로 탈바꿈했다. 말의 뜻 그대로 평행이동을 했다. 그런데 전자는 일가 일신을 돌보지 않고 생명마저 바쳐가며 의에 살던 분들이다. 지금의 정계 인사들에서 국민이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의 내부에서 내뿜는 체취와 사회에서 대접하는 응대와는 천지의 격차가 있다. 그런데 서로의 견해에 더 큰 격차가 있다. 남과 북을 막론하고 정계 인사들의 지론이 있다. 가로되 년륜이니 문벌이니 한다. 북에서는 성분이라 한다. 아버지의 특권이나 할아버지의 혈연이 좋아야 정계에서도 관록이 붙고 출세의 관건이 된다 한다. 묵은 시대의 양반제도의 재현이다. 어디서 생겨난 악순환의 바람을 우리가 맞고 있는지?
아마 우리 도정의 이정표는 어디 있으며 종착역은 어디인가. 악순환의 파동이여 물러가라! 다시 한 번 외친다.『동심으로 돌아가야만 천국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광주대교구 상서국장 이영수 신부님께서 본란을 위해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번 호부터는 전 경북대학교 교수 오용진 선생님께서 본란을 맡아 주시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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