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남북적 제2차 본대회의이 서울에서 열렸고 북적대표단 가운데 몇 사람은 아마도 회담을 정치회의으로 바꾸려다가 주저앉은 모양이다. 4박 5일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대표단이나 기자단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그 정치 발언을 꼬집고 말밥을 삼았다.
『우리 측에서 그 누가 위대하신 박 대통령 운운하더냐? 왜 그런 말을 했느냐?』에 대하여 화제를 일부러 바꾸려고 애쓰기도 하다가 거듭되는 공세에『습성화됐기 때문』이라는 핑계로 넘겼다 한다.
북한 대표들이 출발에 앞서 자기네들끼리 합의한 사항이 있다 한다. 즉『회담을 깨는 한이 있더라도 수령에 대한 모독은 감수할 수 없다 운운』그렇다면 남한에도 마찬가지 사정이 있는 것쯤은 알 만한 것 아닐까?
쌍방이 주체의식에서 예비회담이 끝났고 제2차 본회담까지에 이르렀는데 북쪽만이 주체가 있는 양 가장한 데는 일본의 주간지「요미우리」의표제에 그 장난이 나타나 있다. 즉「주체의 나라 조선」이 북한이고 남한을 어떠한 욕설로 표현했을 것이다.
주체의식으로 똘똘 뭉친 자가 주체의식이 전연 없는 자와 회담하는 형태로 유도하려는 그 의도가 나변에 있는지는 이미 남한 국민이 먼저 다짐하고 있는 판인데 요는 유치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제도와 이념을 초월해서」회담을 하기로 하고 예비회담이 끝났다. 다시 말하면 서로의 제도와 이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자 했다.
판문점에서 서울타워호텔까지의 연도 주민들의 환영이 아무도 시킨 사람 없이 잘 된 일이고 조선호텔 본회담에서의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더 당연한 일이고 회담 직후부터의 시민의 냉대는 가장 훌륭한 것이었다.
모든 것이 당연한 인과관계의 연속이다.
회담을 어디로 몰고 갈 것인가?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미 갈 곳은 결정돼 있고 가는 도중에 장애물이 있다면 그 처리문제가 쌍방의 남은 문제이다.
이에 앞서 우리 대표단이 북에 갔을 때의 일들이 새삼 기억에 떠오른다. 이것을 종합해 보면 우리 국민은 알고 협조한 셈이고 북쪽에서는 모르고 무관심했다는 결과이다.
또 알아봤자 유일사상 때문에 꼼짝 못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앞으로 먼훗날 국민의 제반조건이 달라지면 어찌하나? 이다. 깊은 반성과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즉 빈익빈의 사회적 현상을 방치해 두었다가 그날그날의 생계가 막연한 나머지 남의 밥에 있는 콩을 넘겨다보는 우리가 만에 일이라도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인내를 배웠고 나이가 들어서는 이것을 가르쳐 왔다. 언제나 인내는 겸양이나 관용과 더불어 미덕으로만 알아 왔다.
때로는 지나친 인내가 비굴이나 무용맹으로 지탄을 받기까지 했다. 어느 정도의 인내가 가장 바람직한 정도일까를 생각해 본다. 정도 측정의 척도를 구하기는 불가능일 것이고 어리석은 정의를 내려본다.
홀내란 부족감이나 불만감을 극복하려는 한 수단이니「문제가 자기 자신에 국한되는 한 인내의 도에는 한도가 없을 것이고 그 행위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때에는 어떠한 형태의 부족ㆍ불만ㆍ불쾌감마저도 주지 않을 한도가 바람직한 것」이라고 규정 지워 보자. 국가가 경제 건설-궁극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만-을 위해서 국민의 궁핍생활을 요구하는 한도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본다.
국민이 남북 회담에 대하여 인내와 슬기로서 대하는 데에도 한도가 있다고 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