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은 최근 사제와 수도자들이 제복을 개조하거나 일반 사회인의 복장을 착용할 경우 그 복장은 일반 사회인과 구별되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교황청은 또한 사제나 성직자가 로만칼라를 하지 않을 때는 성직자임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배지라도 달도록 명하고 있다. ▲넥타이 차림이나 로만칼라 없는 복장이 성직자 사회에 보편화돼 가고 어색스러움도 어느새 슬그머니 없어져 가는 요즘이다. 그러나 아무리 일반 사회인의 복장에다 넥타이 차림을 해도 성직자 태를 면치 못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전혀 다른 인물로 둔갑해 버리는 수도 있다. 심지어 어떤 이는「독신 성직자」란 거룩한 이미지에 정반대되는 인상을 물씬 풍겨 주는 경우도 있다. 넥타이와 로만칼라의 장단점 시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이 후자의 경우 때문일 것이다. ▲넥타이는 말한다.「제복이 성직자를 만들지 않는다」제복을 벗어 버리고 아무런 거리감 없이 교우 대중과 친숙하게 지내며 사회 속에 파고들어가야 한다. 어느 공의회가 성직자의 제복을 공식으로 제정한 일이 있느냐? 로만칼라는 약 1백여 년 전에야 미국에서 처음으로 생겼을 뿐이다. 유모차를 끌며 아내와 함께 거리를 거니는 성공회 신부와 로마 가톨릭 신부를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요즘의 맥시와 비슷한 수단도 약 1백 50년 전에 프랑스에서 출발되었지만 수단을 성직자의 정복으로 삼자는 안이 주교회의에서 부결된 바 있지 않는가. ▲로만칼라의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제복이 성직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말은 제복에 상응하리 만큼 덕행을 숭상하라는 뜻이지 제복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어느 넥타이가 사회 속에 얼마나 파고들었나? 로만칼라에게 죄는 없다. 유아독존적으로 군림하지 않고 온순 겸손하며 자기를 희생하여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일관한다면 거리감이 생길 수 없다. 19세기 초 서구에서 시작된 넥타이 차림은 국제회의가 신사들의 정장으로 정한 바 없지만 전 세계에서 일반 사회인의 정장으로 통하고 있다. 로만칼라도 넥타이와 비슷한 과정을 통해 성직자의 정장이 됐다고 볼 수 없는가 ▲사복으로 노동자들 틈에 파고드는 노동 사제도 있을 수 있고 넥타이가 좋은 표양이 되는 특수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로만칼라 자체가 거룩하고 의젓한 표양의 심볼로서 복음 전도에 도움 되고 성직자의 속화를 예방하며 냉담자들의 가슴을 뜨끔거리게 한다는 주장을 간과할 수는 없다. 누가 뭐래도 성직자의 복장은 성직자의 양심에 걸맞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누더기 옷이라도 덕행에 어울릴 때는 그것이 바로 왕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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