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있었던 서울대교구의 사제 총회에서 사제생활 평준화에 대한 안건을 압도적 다수로 가결 통과시켰다. 그 세부 실시 방법론은 아직 미지수이지만 사제생활 평준화 원칙이 압도적 다수로 가결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사제생활 평준화 문제는 벌써 몇몇 교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중이므로 별로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명실공히 한국 천주교회의 중추적 위치에 있는 서울대교구에서 이 원칙이 가결 통과되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사제생활 평준화라 해서 근무년한이나 직책 등에 관계 없이 유일적으로 평등하게 하자는 식은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단지 같은 급의 주임신부라도 임명된 본당의 질적 구성에 따라서 너무나 큰 차이가 있기에 일부에서는 크나큰 불만과 때로는 불미스런 잡음마저도 간혹 있는 듯하여서 이 문제를 두고 벌써부터 많은 의견교환이 비공식적으로나마 있었다 한다.
사제란 일정한 직책이 부여되면 거기에 따르는 성직녹이 있게 마련이어서 기본생활은 보장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이란 먹고 가만히 앉아 있으므로 족하지 않고 입고 또한 활동해야 하므로 자연히 돈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성직자간의 생활 평준화 문제가 대두되게 되는 것이다. 원래 성직은 타직종과는 달라서 어떤 성사 등 자기 본분에 속하는 일을 해주고 나서 보수를 받지 않는 것이며 만일 이를 거슬려 어떤 성사를 집행하고 나서 돈을 요구한다거나 또는 사전에 흥정하고 성사를 집행하는 것은 대죄로 여겨지고 이를 시모니아(SIMONIA)라 하여서 성직자에게는 가장 불명예스러운 죄악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성직녹의 일부로서 미사성제를 봉헌하는 데에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보수와는 전연 다른 뜻의 HONORIUM(禮物)을 집전하는 사제에게 바치는 것이며 이는 구약성서에는 제물을 바치되 가장 좋은 부분을 사제에게 바친다는 기록이 있다. (에제키아서 44장 30절)
그러나 오늘에 와서는 이 예물은 현물이 아니라 현금으로 바치게 되었고 또한 사제 개인에게 바치는 습관이 되었는데 근본적으로 문제를 고찰해 볼 때에 이 예물은 어디까지나 사제단에게 바쳐지는 것이지 어느 개인에게 바치는 것은 아니다. 사제에 관한 신학적 또는 성서학적 고찰을 해 보더라도 제 아무리 성덕과 학식과 인격이 높다 하여도 사제라 할 수 없다. 즉 사제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사제단에 속해 있어야 비로서 사제라 할 수 있다 함은 현대 교회에서 강력히 주장하는 바인즉 미사 예물도 사제 개인에게 바치는 것보다는 사제단에게 바쳐지는 것이라면 이를 어떤 방법으로 다 모두어서 사제단 전원에게 나누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즉 모든 사제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제는 개인이 사제이기보다는 사제단 공동체의 일원임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니 사제단을 벗어난 사람을 사제라 할 수는 절대로 없다. 듣건대 서울대교구에는 본당 사목에 종사하는 신부들 이외에도 여러 기관에서 특수사목에 종사하는 신부들도 적지 않다는데 이들을 위한 예물을 마련함도 큰 부담이라 한다.
얼마 전까지도 외국에서 상당량의 미사 예물이 와서 특수사목에 종사하는 신부님들을 위해서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외국에서의 도움도 끊어지기 시작하여서 교구 예산 자체 내에서 예물을 만들어내 준다고 하며 액수에 있어서도 본당과는 큰 차이가 있어서 여러 모로 불공평하였다 한다.
사제가 사제단 공동체를 떠나서 사제일 수 없음을 인정한다면 또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교회와 운명을 같이하여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사제생활 평준화의 관건인 미사 예물을 모아서 어떤 비율에 의거한다든가 또는 그 밖의 방법에 의거하여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교회는 본질적 교리로서 사랑과 정의를 설교하며 실천하여 왔다. 그렇다면 자체 내의 첫 문제인 사제생활 평준화를 사랑과 정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해결하지 못한다면 여타의 문제들을 어찌 밖에 나가서 설교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사제생활 평준화는 조속히 해결 실시되어야 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명 교구간의 평준화도 고려해 보아야 되겠고 종국에 가서는 국제 교회간義 상대적 평준화도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