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서울의 인구를 6백만 선으로 억제할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르는 여러 가지 조치를 강구 중이라 한다. 늦은 감은 있으나 잘 한 일이다.
정부의 힘을 기다릴 것 없이 국민의 자율적 방법으로 수도나 기타 큰 도시의 인구가 이상적으로 조절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엄청나게 비논리적인 것이 많다.
서울에 사람이 지나치게 밀집해 있다는 것은 위정자의 골치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식량 조달, 주댁 마련 등등 중에는 설령 개인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들이 있는 듯하나 따지고 보면 정부 측의 신세를 지지 않고는 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
사람이 모이면 첫째 공기가 맑지 못할 것이고 다음에 식수 다음에 먹을 것, 잠자리 등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문제들이 있다. 이들 문제 해결에는 다 각기 수용력에 한도가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되는 일들이 아니다. 이를테면 백만 인구에 맞추어 시설한 상수도이면 모든 시설을 고치지 않고서는 2백만의 인구에 공급을 못하는 법이다. 사람의 몸은 오묘하게 창조되어 몸이 배로 늘면 피도 그만큼 많아지고 혈관도 그만큼 굵어진다. 그런데 한 번 묻은 파이프는 늘지 않고 무리를 하면 파열할 뿐이다.
이렇게 따져 보면 서울의 모든 문화 시설이 그 어느 것도 근대 도시로서 6백만의 인구를 수용하기에 합격점인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면서도 어찌해서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분석해 주는 사람도 없다.「될 대로 돼라」는 방임에서 이렇게 됐다면 참으로 생각해볼 문제이다.
우리 속담에「서울 사람은 남대문을 바라보고 산다」라는 말이 있다. 무슨 말인지 알아보았더니 시골 사람이 서울에 가려면 남대문을 통과해야하고 그 보따리에 더욱 더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즉 서울 사람은 시골 사람을 긁어 먹고 산다는 아름답지 못한 얘기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간에 크기만 하고 제 구실 못하는 경우를 비대증이라 한다. 서울 비대증은 누구의 책임일까?
비대증에서 빚어진 올림픽 얘기를 들어보자.「뮨헨」에서「파」게릴라의 흉계로「이스라엘」선수단 학살의 비극이 벌어지자 올림픽위원들 간에 올림픽의 지나친 비대에서 빚어진 일이니 다음 올림픽은 좀 살짝이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한다. 얼마나 가만히 할는지 두고 볼 일이다.
어느 나라든 근대 국가이면 수도의 합리적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일할 내외라는 통계 숫자가 나와 있다. 이 통계에 따른다면 서울 인구가 3백만일 때 적신호가 나온 셈이다. 인구가 국가의 기본 자산인데 이것이 한 지역에 밀집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가 불안정한 상태이고 국민이 불안한 상태인 것이다. 명목 없이 한 곳에 모여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물화의 유통이 원활치 못할 것이고 천재지변에 대한 적응성을 상실케 한다. 여기에다가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도적이 따르게 마련이니 위험천만의 상태이다. 서울의 인구는 어느 모로나 자랑거리가 못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이나 정부의 성미에 맞는 중앙 집권과 인구 집중과의 상관관계이다. 서로가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 도시나 농촌이 다 같이 급속한 발전을 해야 하고 근대화를 이루어야 하는 과잉 의욕에서 위선 중앙 집권의 수단을 이용한 것이고 이것이 목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비록 진도가 늦더라도 지방분권에 충실해야 한다는 논자도 있다. 견해의 차이다.
수도는 고요히 사색하면서 정치하는 곳이어야 한다. 수도가 장사하는 곳으로 바뀌어서 될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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