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공산주의의 종교 배척
종교는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신앙의 자유를 그 전제로 한다. 그러나 공산주의 이론에 의하면 자유라는 것은 부르조아적인 생활 수단이며 노동자에게는생활을 보장하기는 커녕 그 생존마저 위협하는 자본주의의 모체라고 한다. 노동자는 공산당 또는 노동당 조직을 통해서만 살 수 있고 그 조직의 원리는 개인의 자유를 허용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자유를 떠나 인간의 존엄이 보장될 수 없고 민주주의 사회가 이룩될 수 없다고 한다. 물론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도 그 자유가 평등해야 한다. 따라서 평등한 자유를 그 원리로 삼고 있다. 그러나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결과적 평등만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자유의 제한을 생존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해석한다. 인간에게 자유를 주면 반드시 자본주의 경제가 생기고 그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 많은 사람들이 그 경제력으로 모든 정치를 자기들의 이익이 되도록 마음대로 주물러 결국 노동자는 못 살게 된다는 것이다.
즉 그들은 자유주의 내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서로 양립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곧 공산주의로 통한다. 그래서 그들의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민족민주주의니 인민민주니 사회민주주의니 하는 말을 쓰고 있다. 이와 구별하기 위해 우리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 및 주권재민을 원리로 삼는 자유 진영의 민주주의를 특히「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이론이 너무나 과학적이고 완벽하기 때문에 누구도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고 그 이론을 무조건 믿는 사람만이 진실한 공산주의자라고 하였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제 노동력을 당에 바쳐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에게는 공산주의만이 유일한 삶의 종교(?)인 셈이다.
공산국가에도 여러 가지 정당이 있고 사회단체가 있고 회의가 있고 위원회가 있다. 그러나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그 모든 단체나 회의가 있는데도 실제로는 그들이 내걸고 있는 공산당 독재도 프롤레타리아 계급 독재도 아닌 실권자의 1인 독재의 위장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가까운예로서 북한의 경우를 보면 조선노동당 외에 조선민주당이 있고 심지어는 종교인의 정당의 탈을 쓴 천도교 청우당이라는 것도 있다.
무슨 동맹이니 무슨 위원회니 하는 것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 내막을 보면 놀랄 일이다. 조선민주당의 현 대표는 조선노동당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인 동시에 또 몇 개의 당 요직을 겸하고 있고 김일성의 외숙인 강양욱이다. 천도교 청우당은 1946년에 배교자인 김달현이 세웠으나 1958년에 숙청되고 그 이름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무슨 동맹이니 무슨 위원회니 하는 것들은 임의단체가 아닌 바로 조선노동당의 행정 기구인 것이다.
중세의 신학자들은 종교의 자유를 엄격히 다루어 많은 논의를 거듭했다. 초자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위정자는 진리인 종교의 자유만을 인정해야 하고 이른바 모든 종교를 동일하게 인정해서는 아니 될 뿐 아니라 진리인 종교만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자연 위정자가 종교의 초자연적인 사명에 직접 간섭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도움을 받지 못하는 다른 종교들의 보복을 유발하게 되어 결국 진리인 종교의 활동을 방해하는 결과로 돌아간다.
그래서 근대의 신학자들은 종교의 자유를 그 환경에 따라 보다 구체적이며 상대적인 면에서 파악하려고 하였다. 제2차「바티깐」공의회가 선포한「종교의 자유 선언」은 신앙의 선택과 그 행사에 있어서 누구도 방해나 강요를 받지 않는다고 하였고 모든 사람들은 자유로이 양심에 따라 신앙을 가지며 인위적인 제압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 종교의 본질인 신앙의 자유를 천명한 선언이다.
그러나 공산주의 이론에 있어서는 어떤 의미의 종교의 자유도 인정될 수 없다.
그들이 보는 인간의 가치는 오로지 노동에 있고 그 노동은 공산주의를 실현시키는 데 집중되어야 하므로 그 국가에 태어난 모든 국민은 죽을 때까지 공산주의에 충성을 다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국가에서는 사상이나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나라로 귀화하는 것뿐 아니라 국내 이주의 자유까지도 금지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말하는 종교를 부르좌지가 불로소득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보는 동시에 또한 가장 적대시하는 위장된 정치 단체로 단정하고 있다. 그들의 이론에 따른다면 부르좌 사상의 잔재는 영원히 남는 것이므로 숙청 외에 없애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세뇌라는 방법을 통하여 또는 강제 노동을 시켜 그들의 노동력을 무자비하게 착취하여 새로운 노예사회를 만들어 살고 있다.
공산 혁명이 일어난 초기 공산주의 사회에서 그들에게 협력한 일부 부르좌나 종교인들이 겪은 역사이고 또 오늘의 공산주의 사회가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결국 종교는 숙청의 대상에서 빠질 길이 없다. 그 예외가 있다면 오로지 그보다 더 큰 당면한 정치적 이익의 볼모이며 잠정적인 숙청의 보류 외에 아무 것도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다.
그래서 교회도 그와 같은 공산주의를 단죄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호 배척은 비록 공산주의 사회에서 종교의 탄압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상이 시정되지 않는 한 영원히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지금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독교적 사회 정책은 물론 서구에서 볼 수 있는 기독교 사회주의와도 엄히 구별되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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