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 마이클 램지 박사가 지난 24일 동남아 성공회 순방길에 4일간의 여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램지 대주교는 체한중 성공회 자체안의 여러 가지 행사에 참석하는 이외에 대통령 예방을 비롯하여 기독교 내의 각계 지도자들과의 회합은 물론 불교 등 타교계와의 광범한 접촉을 시도하였고 공개 강연, 설교 등 다양한 방한일정을 마쳤다.
램지 대주교는 세계성공회 협의회 의장의 직책을 가지고 성공회를 통수함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그는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영적지도자이며 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캔터베리」 제1백대 대주교로 61년에 취임 이래 세계 여러 나라를 두루 여행하면서 세계로 향한 그의 관심을 폭넓게 나타냈다. 그 일례를 든다면 인종차별 사형폐지 무력과 폭력의 제거 등등에 대한 지대한 공헌을 이룩하였다. 뿐만 아니라 램지 대주교는 그리스도교회의 일치를 위해서 특별한 노력을 경주하였다. 세계기독교협의회(WCC)의 의장직 역임 동방정교회와의 빈번한 접촉 등은 물론 66년 3월의 교황 바오로 6세 방문은 실로 획기적인 사적(史蹟)을 기록하였다.
이와같은 5천만 성공회 교도들의 총수일 뿐아니라 세계 인류와 세계교회 안에서 혁혁한 공로를 쌓고 있는 램지 박사의 이번 방한은 비단 성공회만의 영광에 그치지 않고 한국 그리스도교회 전체의 큰 영광인 동시에 방한의 큰 성과를 기대하는 바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66년의 바오로 6세 교황과 램지 대주교와의 공식회합에 관해서 다시 한 번 관심을 상기하고자 한다. 교황과 「캔터베리」 대주교와의 만남은 1534년 성공회가 가톨릭에서 분리된 이후 실로 4백32년만의 재회였다. 사실상은 1960년 99대 「캔터베리」 핏셔 대주교가 교황 요한 23세를 방문하여 수세기의 단절의 벽을 헌 적은 있지만 공식적인 방문은 램지 대주교의 역사적 초청방문이 처음이었다. 그의 방문을 받고 바오로 6세는 『이 방문은 가톨릭과 성공회의 통합의제일보』라고 말하고 회담이 끝난 후 램지 대주교와 우정과 평화의 키스를 나누고 그가 끼고있던 금지환을 벗어주기도 했다. 이런 감격적인 회견장면은 우리 양교회를 위해서 잊을수 없는 새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한 것이다. 또 이때 램지 대주교는 교황과 3일간의 회담을 통해 4세기 동안의 분열에 종지부를 찍고 일치를 위한 진지한 토의를 나눈후 아래와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근거도하는 형제적관계를 추진하며 분쟁을 종식하고 재일치로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형제적 신앙 성서 성전 예전뿐아니라 서로 상이한 모든 실천적인 문제를 앞으로 연구하자 양교회의 신자는 상호존중과 존경, 형제적 사랑을 가지고 복음과 공통적인 전통을 근거로 한 참된 대화를 갖고 그리스도교회의 재일치를 위해 노력하자』 이 성명은 우리 양교회간의 기나긴 침묵을 깨뜨린 역사적 말씀이며 진실로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진 깨달음이고 흩어짐에서 하나이 되고자 하는 회개이기도 하다. 이 성명서를 발표한 즉시 양 교회는 「일치촉진 공동위원회」를 조직하고 그 첫 모임이 67년 1월 이태리 북부 「가자다」에서 열렸다. 그 후 수차의 회의를 거쳐 양교회의 실질적인문제를 논의했는데 그 중에서 괄호할만한 일은 「성체교리」상의 문제점들에 대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정말 놀랄만한 다행한 일이다.
한편 한국안에서의 가톨릭과 성공회와의 일치단계는 어느정도에 와있는가를 이 기회에 한번 재검(再檢)해볼 필요가 있다. 교황청과 「캔터베리」 당국과의 긴밀한 대화가 이루어진 이후 한국에도 재빨리 교회일치의 바람은 움직였다. 그러나 그 움직임의 발동역할에 크게 이바지한 것이 바로 성공회였다. 이는 앞에서 말한바「로마」와 영국사이의 고위층의 교섭에서도 기인하겠지만 성공회가 교리와 의전(儀典)면에서 한국의 개신교와 가톨릭교회와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특성을 잘살려서 가톨릭과 성공회 사이는 물론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를 연결하는 대화의 다리(橋梁)역할을 슬기롭게 해왔다. 구체적으로 볼 때 성공회와 가톨릭은 이미 일치문제를 위한 공동위원회가 구성되어서 대전 인천 등에서 수차의 실질적 문제를 토의한 회합이 있었을 뿐아니라 개신교 각 교파와의 사이에도 대화와 공동기도의 회합이 해를 거듭해가면서 빈번히 이루어져 일치를 향하여 나아감에 상당한 진전을 보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이번 램지 대주교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내 그리스도교회의 각 교파간에 더 한층 일치의 무드를 조성하고 또 실질적인 문제들의 실천을 위해서 각 교회 지도자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망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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