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 치는 세계사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우리 민족이 그 우위성을 어떻게 보여 주느냐 하는 외적 요구보다도 민족의 재통합을 위한 실질적인 통일의 탑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그 참된 민족의 생존이 어렵게 된 내적 요구를 성취시켜야 할 때는 도래했다.
지난날 힘의 양극화는 정치 세력의 양극화와 이념의 양극화를 강요한 결과 국제 세력뿐만 아니라 국내 세력의 양극화를 가져오게 했다. 국내 정치의 고도한 긴장화와 사회 체제의 이질화를 초래하게 했다. 민족의 슬기로운 저력과 올바른 양식은 다변적 세력균형시대에 접어든 오늘 한 가닥의 찬연한 광채를 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우리 앞에 놓여진 미래사라는 이름의「판도라 상자」는 그 뚜껑을 열기 전에 그 실체를 알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념의 막연한 초극이나 이데올로기 기피현상으로써의 소극적 통한논보다 다른 차원으로 논리적 접근을 시도한 것들 중에서 민족 동질화 논조는 재고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는 판단한다.
동서와 남북 진영의 이질적인 두 사회 체계의「접근설」과 그 문제성을 다룬 이규호 교수의「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접근하는가」(新東亞)를 보면 세계의 서로 다른 두 사회 체계가 현대 기술 문명과 산업경제의 발전을 통해 매우 근사하게 접근되어가고 있음을 밝힌 조직적인 논리들을 소개하고「균형사회」에의 비젼을 비판적으로 제시한다. 사회주의 사회와 자본주의 사회 공산세계와 자유세계가 평화로운 접촉을 통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동안 점차로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이 논리는 사실상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에 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경솔한 희망은 금물이다. 그러나 산업 발전과 더불어 사회 보장을 실현하면서 인권을 존중하고 자유를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남북이 하나의 문화권을 새로이 형성하여 발전시킴에 있어서 서둘지 말고 참고 기다리기만을 능사로 삼자는 이 글의 논조는 석연치 않다. 이성적인 대화와 평화로운 접촉을 전제로 한 통합의식의 대두는 국내외에서 그 배경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국제 정세, 특히 동아시아의 정세는 지극히 유동적이다. 전중 수상과 주은래 회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ㆍ중공의 관계는 표면적으로만 정상화되었을 뿐 적지 않은 문제를 남겨 놓고 있으며 미·소 중공 관계 역시 서로 간에 안정기에 접어들지는 못했다. 따라서 조순승 교수가「한국 통일과 국제 정세」(北韓)에서 주장하는『국제 정세의 유동기인 현시점에서 우리 민족이 서로 뭉쳐 평화적 통일운동을 일으킨다면 그 가능성은 최대한으로 크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는 매우 타당해 보인다. 그의 말대로 통일은 어차피 우리 손으로 이룰 수밖에 없고, 그 시기가 조급해진 이상 어떻게 그 횃불을 드느냐 하는 문제가 중차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역사의 교훈을 재음미하면서 민족의 대동단결을 꾀하는 길도 있다. 가령 이선근 박사의「새 역사의 전환점에서」(世代)처럼 민족의 량심을 환기하여 새 역사와 영광된 창조를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거는「이념ㆍ민족ㆍ자유에 대하여」(創造)라는 대담으로 보완될 성질의 것이다. 차인석ㆍ김계수 두 교수의 대담은 분단의 극복을 위해서 신장되지 않으면 안 될 자유의 가치에 대한 문제의 제기로 주목을 요한다. 그럼에도 특히 차 교수가 민족주의의 역기능에 지나친 배려를 한 나머지 시민사회를 갖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민족주의를 갖게 되면 결국 전체주의에 흐르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는 일면 수긍이 가면서도 저항감을 품게 한다. 도대체 독일의 경우화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민주주의의 현양으로 문화의 우위성을 창조한다는 것과 통치권 행사는 엄밀히 구분되어야 하고 사상ㆍ이념ㆍ체제를 초월하는 민족 단결만이 가능한 것도 아니며 민족 불감논이 반드시 낭만적 사고방식일 수만도 없다. 오히려 민족의 통합은 새로운 전체적 이데올로기의 기초를 토대로 구조화되어야 한다는 황성모 교수의「민족ㆍ외세ㆍ통일의 변증법」(다리誌)은 허위의식에서 해방되는 민족의식의 제창에 힘을 주어 비상한 설득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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