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구에서 2년 전에 발족한 성소후원회의 그 뒷소식이 다음과 같다.
「기금모금이 당초 목표액의 반에도 미급돼 앞으로 두 해 더 모금운동을 하기로 하고 사업시작이 요원하다」하니 딱한 노릇이다.
또 사회 정세가 급변해서 금리 인하가 수차 운속적으로 시행됨으로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한다. 어느 것이나 듣기에 반갑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동회의 구체적인 계획 내용은 성소를 받은 신학생을 후원하는 일이고 그 후원에는 물심양면이 있다. 첫째「기도」이고 그 다음 물적 후원이다. 신학생뿐만 아니라 앞으로 신학생이 될 분을 위함과 또 성직자가 연만해서 은퇴할 경우의 생활 보장까지도 생각하면 그 범위가 너무 광막하고 모금 목표액 역시 다다익선이겠지만 제1차적으로 3천만 원으로 정했다.
모금 방법은 한 구좌를 10만원 한 사람이 한 구좌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 10인 이내의 회장이 한 구좌를 구성하기로 하고 일시금 또는 2년짜리 적금으로 월부금을 연출하기로 했다. 2년이 지난 성과는 총액이 1천3백만 원이고 관여된 인원은 총 3백여 명으로 추산된다. 목전 3백 구좌에 비하면 요원한 느낌이 든다. 거기에다 금리 인하를 아울러 생각하면 목표액을 인상해야 할 불가피한 딱한 사정이다. 또 그 문제가 각 교구마다 안고 있는 문제로서 서로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일이다. 각 교구가 그 교구의 문제를 그 교구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편 신자들의 능력에는 한도가 있고 비록 거교구적인 일이라 할지라도 교구에는 이와 비슷한 문제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아무리 재촉해도 문제가 돈문제이고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 천주교회가 다 같이 안고 있는 큰 고민이 가난과 싸우는 문제이다. 언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지 기약조차 없다. 이러한 객관 정세를 잘 분석도 못하고 과잉 의욕으로 지나친 설계를 했을까?
아니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다만 그 출발이 늦었고 시기와 기회를 다 놓치고 일어섰기에 불리한 자리에 서 있다. 신자들은 신자들대로 일종의 불감증에 빠져 있다. 또 우리들의 일하는 방법에 미숙한 점도 자인한다. 다만 오래오래 지속만 한다면 이루어지겠지 하는 자위뿐이다.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가 좀 더 교회일에 참여의식을 갖도록 합시다.「나는 몰랐는데 진작 말씀해 주실 것 아니요」하는 분이 계시지 않나 싶어 이 귀중한 지면을 빌어 이 글을 올립니다.
우리 서로가 어려운 처지입니다. 그 중에서도 더 어려운 것이 교회입니다. 교회가 설 곳이 없어지면 신자들의 집에라도 가야 할 것입니다. 초대교회가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습니까.
성소 후원이란 그 성격으로 보아 거교구적인 것이므로 여러분은 먼저 자기가 속하는 교회 유지에 힘쓰고 여력이 있으면 교구도 도울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질 것입니다. 그러나 전체가 살아야 지체도 살 것입니다. 대구교구의 경우 지난 경험으로 볼 때 이 계획에 참여하신 분들이 국한되어 있고 전교구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전체 교우의 참여의식이 미약하다는 것은 남교우보다 여교우들이 월등 좋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인증됩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두 해 동안의 체험에서 얻은 바가 한 번 시작한 분은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매달 매달의 할부금을 꼬박꼬박 부어 주시고 한 분의 낙오자도 없었다는 것이며 이것이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보다도 더 큰 힘의 작용임을 깨닫게 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비록 작은 것이나마 그 첫 열매를 거두어들일 때의 당사자들의 기쁨은 더 컸던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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