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교황 바오로 6세는 이문희 신부를 대구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했다. 따라서 한국 교회 또 한 분의 주교가 탄생하였으니 우리는 이 경사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이다. 대구대교구 교구장 서정길 대주교는 71년부터 말엽에「로마」교황청으로부터 보좌주교를 임명해 줄 것을 약속 받은 바 있었고 그것이 오늘에 와서 현실화된 것이다. 그간 서 대주교는 건강상 교구를 적극적으로 행정하실 수 없었기 때문에 교구장직을 보좌할 수 있는 보좌주교를 얻어 교구 행정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교구 행정이란 한 교구의 질서 유지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복음을 선포하고 신자들의 영성을 향상시키는 사목의 사명을 완송하는 중대한 과업이기 때문에 이것을 강화한다는 것은 바로 교회의 지상과업을 완송할 터전을 만드는 것이 되는 것이다.
대구대교구는 한국의 14개 교구 중에 가장 전통이 오래된 교구 중의 하나다. 그뿐 아니라 성직자 간의 단결, 교회사업의 발전, 교회가 미치는 대사회적 영향력 등은 어느 교구보다 잘 된다고 자부하고 있는 교구이다. 그래서 이 보좌주교가 서 대주교를 보좌하는 데 있어어 별반 큰 문제는 없을 줄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대구대교구에는 전혀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일까? 인간의 집단인 만큼 그럴 수는 없다.
첫째 평신자들의 교육 문제이다. 대구는 교육도시라 한다. 사실 교육시설이 산업시설보다 앞선 곳이 대구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교회가 교육계에 직접적으로 교육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 대구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가톨릭 신자 대학 교수들의 모임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교육도시인 만큼 대학생들의 사목을 더욱 조직화하고 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면에는 리 주교의 임명이 큰 의의를 갖는다.
왜냐하면 그는 중ㆍ고ㆍ대학을 경북에서도 대구에서 필요로 하였기 때문이다.
평신자들의 교육에 있어서 앞으로 교회가 또 해야 할 것은 그들의 영성생활의 향상이다. 지금까지는 너무 외적인 교회 사업에 참여하는 데 중점을 둔 것 같았으나 앞으로는 영성 면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대구시에 본당 증설문제이다. 대구시의 인구는 날로 증가되어 벌써 1백15만을 초과한다고 한다. 그리고 또 대구시내 본당에서 세례를받는 수 과거 몇 년을 살펴보면 연 3천여 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과거 5년간 신천동 복자성당 외에 한 개의 본당도 증설되지 않았다.
이것은 교구 사목 행정에 큰 실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신자들에게 세례를 주고 그리고 신자생활을 올바르게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지 않는다면 이것은 신자생활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더구나 대구시는 효목동ㆍ파동ㆍ성당동ㆍ원대동ㆍ산격동 쪽으로 뻗어 나가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도 간구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는 대교구 재정문제다. 외국 원조가 단절된 지는 이미 오래고 벌써 몇 년 전부터 본당 사납금으로 또 작년부터 미사 예물을 공금화함으로써 교구의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위해서 존재하는 교회는 신자들의 적극적인 후원에 의존하는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교구에서는 좀 더 합리적인 재정 운영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넷째로는 성직자단의 융합문제이다. 지금까지 성직자단의 융합이 비교적 잘 이루어져 왔다. 그렇다고 그 내부에 세대적 차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세대의 격차는 인간 사회니 만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서로가 노력하고 인내하고 희생하면서 지내 왔다. 이 보좌주교는 연령으로 보아서 확실히 젊은 세대다. 그래서 만일에 젊은 성직자들이 이제 우리의 세대가 왔다고 한다든가 선배 성직자들이 젊은 성직자들의 언행을 항상 반항으로만 생각한다든가 하면 성직자단의 융합에는 파탄이 올 것이다. 선배건 후배건 고령이건 젊건 간에 모두가 교회의 공동적 선을 추구해 나간다면 성직자단의 융합은 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모두가 교구적 안목을 갖고 전체의 유익을 도모하면서 개인의 이해득실을 초월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다섯째로는 대교구 행정본부의 강화이다. 지금까지는 서 대주교의 건강상 이유로 대교구청에 교구장이 상주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행정본부의수뇌부의 역할이 미약하여진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대구대교구는 산하단체와 기관들이 비대해진 것이다.
대구대교구 전체를 두고 보면 하체가 상체에 비해 월등하게 발달해 버린 기형아가 된 것 같다.
이제 이것을 정해야 할 단계에 이르른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수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모든 수술은 반발을 얻게 마련이기는 하나 인내와 정성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 대화와 협력으로 교구 사목 행정에 임한다면 교회는 하느님이 원하시는 대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이 보좌주교의 사목에 많은 기대를 거는 바이다.
다시 한 번 이 보좌주교의 임명을 축하하며 그 위에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비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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